한국기원 의정부 이전에 396억원…바둑계도 ‘갸우뚱’

국비 98억5100만원, 의정부시에서 추가로 298억300만원 부담
예산 부족으로 허덕이는 의정부시, 100억원대 지방채 발행 예정

기사승인 2024-03-29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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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 의정부 이전에 396억원…바둑계도 ‘갸우뚱’
한국기원 사무실과 바둑TV 등이 들어서는 의정부시 바둑전용경기장 조감도. 의정부시 

수차례 지연과 연기 끝에 오는 5월 착공을 앞두고 있는 의정부 바둑전용경기장 건립에 의정부시와 바둑계 모두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해당 사업에는 396억5400만원이 소요되는데 국비 98억5100만원, 의정부시에서 추가로 298억3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2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준공 예정으로 2020년부터 추진했던 ‘바둑전용경기장’ 건립, 이른바 ‘한국기원 이전 사업’은 4년이 흐른 올해 5월부터 본격화한다. 바둑전용경기장에는 한국기원 사무실과 바둑TV 스튜디오 등이 만들어진다.

지난 2020년 9월3일 경기도청 신관2층 상황실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안병용 전 의정부시장, 임채정 한국기원 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기원 이전 및 바둑전용경기장 건립 협약’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2년 후인 2022년 착공, 2023년 12월 준공을 의결했으나 아직까지 삽도 뜨지 못한 실정이다.

지난해 10월엔 의정부시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2023년 11월에 착공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못했다. 현재는 오는 5월에 ‘첫삽’을 뜨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한 상태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당초 바둑경기장 건립과 관련해 개별 건설 용역을 진행 중이었으나, 최근 20km 이내 지역은 여러 사업을 함께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면서 “비용 절감과 운영 관리 효율 측면에서, 바둑경기장 건립 부지 인근 도서관 건립 사업과 병행해 통합 건설 용역을 진행하다보니 예정보다 다소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쿠키뉴스 확인 결과, 의정부시는 지난 27일 ‘의정부 바둑전용경기장 신축공사 외 1건 통합건설사업관리 계획의 적정성 기술 자문 요청’을 진행했다.

한국기원 의정부 이전에 396억원…바둑계도 ‘갸우뚱’
2020년 9월3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운데)와 안병용 전 의정부시장(오른쪽), 임채정 한국기원 총재 등이 ‘한국기원 이전 및 바둑전용경기장 건립 협약’을 맺었다. 경기도

비용 절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의정부시가 현재 예산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지방채 100억원을 발행해 바둑전용경기장 건립 비용을 충당한다는 계획인데, ‘빚까지 내서 바둑 시설을 지어야 하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아울러 2021년 9월16일 의정부시(당시 안병용 시장)가 한국기원과 협약을 맺을 때, 건물 사용료 면제는 물론 한국기원의 경기장 내 지속적인 입주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 또한 발목을 잡고 있다. 해당 협약에는 “의정부시는 한국기원과 바둑진흥사업을 전담하는 직원을 배치하고, 한국기원의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편파적인 조치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문제는 한국기원과 바둑계 일각에서도 의정부 이전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바둑계 관계자는 “한국기원이 의정부로 이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국제대회 등 규모가 큰 시합을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함인데, 현재 입지 조건이 좋은 서울 왕십리를 버리고 의정부 호원동 인근으로 들어가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다”면서 “부산 등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프로기사들은 예선 대국을 치르기 위해 당일 새벽에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도 많았는데, 의정부로 이전하게 된다면 이는 지역 기사들에게도 날벼락”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기원이 바둑TV를 인수한 이후 바둑리그를 포함한 국내 프로기전 본선 거의 모든 경기가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는 점도 난제다. 의정부시는 바둑경기장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들의 반대 여론을 무마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팬들의 방문에 우호적이지 않은 한국기원 입장에서 이를 수용할지 미지수다.  

1990년대 초반 한국기원이 관철동에 자리잡고 있을 때부터 방문했다는 한 바둑팬은 “예전에는 한국기원에서 프로기사가 진행하는 강의는 물론 바둑을 둘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종종 방문했다”면서 “요즘에는 한국기원에 방문하면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물어보며 업무적으로 응대하는데, 일반 팬들이 바둑을 둘 수 있는 공간도 없고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의정부시는 바둑전용경기장을 호원2동 행정복지센터 인근 옛 기무부대 자리에 지하 1층⋅지상 4층⋅전체 면적 1만㎡ 규모로 건립, 2025년 10월께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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