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4억 할인’…다시 쌓이는 악성 미분양

미분양 6만가구 집계, 일각 10만가구 주장도
정부, CR리츠 재도입…미분양 정책 효과 볼까

기사승인 2024-04-04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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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4억 할인’…다시 쌓이는 악성 미분양
사진=임형택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7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통해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을 시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지역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3일 국토교통부의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87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보다 1.8%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방 미분양(5만 2918가구)은 전체 미분양 주택의 81.6%를 차지했다. 수도권 미분양은 1만1956가구로 지방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1월보다 17.7%(1796가구) 늘었다.

지역별로는 지난 1월 기준 대구 미분양 물량이 1만124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북(9299가구), 경기(6069가구). 충남(5436가구), 강원(3996가구), 경남(3727가구), 전남(3625가구), 전북(3438가구), 부산(3372가구), 인천(3094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세 자릿수로 내려온 서울 미분양은 지난 1월 997가구로 다시 1000가구를 목전에 앞두고 있다.

미분양 주택이 10만가구를 넘어섰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주택건설협회(주건협)는 실제 미분양 주택 수가 정부 집계를 크게 웃도는 10만가구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분양 집계는 지방자치단체가 현황을 취합하는데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건설사가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도 4억 할인’…다시 쌓이는 악성 미분양
사진=곽경근 대기자

‘할인 분양’에도 팔리지 않는 아파트

악성 미분양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1만1867가구로 한 달 만에 4.4%(504가구) 늘었다. 특히 서울에서도 악성 미분양의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은 지난 1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455가구에서 2월 503가구로 늘었다. 서울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500가구를 넘긴 건 2014년 8월(504가구) 이후 9년 6개월 만이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도 9115가구에서 9582가구로 5.1%(467가구) 증가했다.

지방의 경우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쌓이며 분양가보다 1억원 낮은 매물까지 속출하고 있다. 대구 중구에 위치한 ‘대구역경남센트로팰리스’ 114㎡(34평)은 5억3000만원대 분양가를 형성다. 하지만 1억1000만원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이 붙은 4억2000만원의 매물까지 등장했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천안한양수자인에코시티’ 84㎡(25평)도 분양가(확장비 포함) 3억1190만원보다 7000만원 저렴한 2억4190만원 분양권이 존재했다.

건설사는 쌓이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할인 분양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 동구 율암동에 입주한 ‘호반써밋 이스텔라’는 최초 분양가에서 7000만~9300만원을 깎은 금액에 분양하거나 분양가의 15%인 7000만원 정도만 내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할인 분양을 진행했다. 2022년에 분양에 나섰다 미분양된 ‘더샵 송파루미스타’(가락현대 5차 재건축) 84㎡도 최근 최초 분양가 18억원보다 4억원 낮춰 할인 분양에 나섰다.

정부에서도 미분양 주택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여러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국토부는 ‘1·10 대책’을 통해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해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큰 효과가 없자 지난달 28일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10년 만에 재도입한다고 밝혔다. CR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 뒤 우선 임대로 운영하고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분양 전환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국토부는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취득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전문가는 정부의 정책 추진으로 미분양 해소가 될 것이라면서도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장대우는 “지난해 미분양이 줄어들다가 4분기부터 주택시장 거래량이 줄어들고 PF시장이 위축되며 점차 늘어났다”라며 “지난 1월 기준 미분양 6만3755호 중 지방 미분양이 5만3595호를 차지하는 상황”이라 말했다.

이어 “CR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구조조정대상 기업의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증권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의 형태로 배분하는 회사형 부동산투자신탁”이라며 “지방 미분양 중에서도 시장 개선 효과가 나타날 만한 양질의 사업지 위주로 매입이 집중되는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