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살릴 줄 알았는데…공공기관 지역인재, 특정 국립대 편중

“채용의무제도 시행 초기...교정한다면 지역균형정책 기능할 것”

기사승인 2024-04-06 12: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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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살릴 줄 알았는데…공공기관 지역인재, 특정 국립대 편중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에서 구직자들이 취업설명회를 듣고 있는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지방대를 졸업한 우수한 인재를 지역 내 공공기관에 의무적으로 채용하는 제도가 ‘거점 국립대학 전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년 유출을 막고 지역 대학을 살려 지역 정주 선순환을 꾀한다는 취지와 달리 특정 대학 동문회처럼 변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일 NARS 인포그래픽스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제 시행 6년, 지역거점국립대학으로 쏠림현상 발생’을 통해 “지역인재 입사자의 출신대학 편중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제도는 지역 내 학교를 졸업한 양질의 인재를 지역 공공기관에 공급해 기관과 지역 간 상생을 도모, 지역 소멸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은 공공기관은 이전한 지역 내 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인원을 30% 이상 채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128개의 공공기관이 이를 적용하고 있으며, 지역 인재 채용률은 지난 2018년 23%에서 2022년 38%까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일부 공기업에서 신규 채용 시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법조사처가 △한국관광공사(강원) △한국가스공사(충청) △국민연금공단(전북) △한국전력공사(광주·전남) △한국도로공사(경북) △신용보증기금(대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부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 등 지방 이전 공공기관 중 규모가 큰 8곳의 지난 6년간 지역인재 전형 합격자를 확인했다. 그 결과 합격자 중 절반 이상이 지역 거점 국립대학 출신으로 나타났다.

가장 쏠림 현상이 심각한 곳은 국민연금으로 전북대 졸업자가 74%에 달했다. 이어 LH는 67%가 경상대, 19%가 창원대 졸업자였다. 한전은 59%가 전남대, 18%가 전남대 졸업자였다. 캠코는 58%가 부산대, 22%는 부경대, 10%는 동아대 졸업자다. 신용보증기금은 52%가 경북대, 18%가 영남대 졸업자였다. 한국도로공사도 경북대와 영남대 졸업자가 각각 49%, 34%를 차지했다. 한국관광공사는 47%가 강원대, 36%가 연세대(원주) 졸업자였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35%가 충북대, 20%는 교통대, 10%는 충남대 출신이었다.

이러한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은 기관 내 특정 부문 종사자의 전문성 부재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입법조사처는 우려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기관 내 파벌 형성을 가져오고, 이는 공공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초·중·고교 졸업자 등 다양한 지역인재 대상자 설정 △지역인재 권역 설정 범위 재검토 △지역인재 공간적 범위 확장·조정 △지역 및 기관 특성에 따른 탄력적 운용보장 등을 개선점으로 제안했다.

정진도 국회 입법조사관은 “현행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의무제도는 2018년 의무화된 제도로 아직 제도 시행 초기”라며 “초기에 교정한다면 부작용이 적고 보다 효과적인 지역균형정책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