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직전까지 가게 봤어요” 간절한 자영업 육아지원…팔 걷은 서울

서울시, 1인자영업자·프리랜서에 출산급여 지원

기사승인 2024-04-23 06: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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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직전까지 가게 봤어요” 간절한 자영업 육아지원…팔 걷은 서울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 자영업자 이모(28·여)씨는 지난 18일 건강히 아이를 출산했지만, 걱정이 많다. 이씨는 “가게 마감하고 4시간 후 양수가 터져 출산했다. 온전히 내 영업장으로 출산 직전까지 가게를 비울 수가 없었다. 태어난 아이를 위해서도 앞으로 계속 가게를 운영해야 하는데 출산 때문에 한동안 가게를 비워야 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정부·지자체가 저출생 문제 해결과 위기 극복을 위해 아동수당·부모급여 등 재정 지원을 계속 확대하고 있지만 자영업자·프리랜서는 저출산 지원·대책에 대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10년 이후 전국 17개 시도 중 ‘출산율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는 서울시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지원사업 일환으로, 혼자 일해 사실상 출산휴가를 가기 어려웠던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에게 지방자지단체 최초로 출산급여를 지원한다.

서울시는 임산부와 임산부 배우자를 둔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에게 출산급여를 지원한다고 22일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9년부터 출산한 1인 자영업자·프리랜서 등에게 3개월간 총 150만원(월 50만원)의 고용보험 미적용자 출산급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보험법상 노무 제공자에게 지원되는 출산산전후급여 하한액인 240만원에 못 미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제기돼 왔다. 특히 카페, 네일샵, 미용실 등을 홀로 운영하는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는 직장인과 달리 출산이 생계 활동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씨는 “아이가 너무 어려 어린이집에 맡길 수도 없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다”며 “가게 운영과 육아를 함께 할 수밖에 없는데 출산 이후 3개월 만이라도 직원을 쓰려면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 다행히 남편 회사에서 육아휴직이 승인돼 한시름 놓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 얻은 가게 이미지와 단골, 소득을 포기하고 사업을 접으려 했다”고 말했다.

육아카페에도 비슷한 고민이 쏟아진다. 프리랜서라는 한 임산부는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는 출산급여 150만원이 전부”라며 “직장인만 출산하는 것도 아니고 세금도 꼬박 내는데 휴직급여를 받는 직장인 엄마들이 부럽다. 프리랜서는 출산으로 당장 일 끊기고 돌아갈 곳도 없어 타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이 발표한 ‘2024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비임금노동자는 643만1000명으로 전체의 22.5%에 달한다. 이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15만1000명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1만9000명 △무급가족종사자는 86만2999명이다.

“출산 직전까지 가게 봤어요” 간절한 자영업 육아지원…팔 걷은 서울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프리랜서 아빠도 ‘배우자 출산휴가 지원금’ 받는다


서울시는 출산 여성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에 출산급여를 지원한다. 이들은 기존 고용보험 지원(150만 원)에 서울시가 추가로 90만 원을 지원해 총 240만 원(90일)을 보장받는다. 1인 자영업자·프리랜서 임산부도 출산전후 불가피한 일시 휴업, 대체인력 채용 등에 따른 소득 감소를 ‘임산부 출산급여’로 일부 보전할 수 있게 된다.

다태아 임산부의 경우 단태아 임산부보다 30일 긴 12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보장받아 총 320만원의 출산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다. 기존 고용노동부의 지원 (150만원)에 서울시가 17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출산 배우자를 둔 남성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도 ‘배우자 출산휴가 지원금’ 80만원을 받게 된다.

임산부 출산급여와 배우자 출산휴가지원금은 이날 이후 출산가구에 적용된다.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와 조례 개정 등 사전 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탄생의 기쁨을 실현하고 있는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며 “새롭게 준비한 출산급여 지원 사업이 아이 낳고 키우는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분들께 더 큰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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