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수회담서 尹 향해…18분간 ‘할 말’ 다 했다

영수회담 모두발언, 민생·특검 현안 10가지 언급
“불편하실 수 있지만 민심 과감히 전달”
“방향타 돌릴 마지막 기회…야당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달라”

기사승인 2024-04-29 16: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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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영수회담서  尹 향해…18분간 ‘할 말’ 다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집무실에 도착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720일만에 첫 영수회담이 성사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과거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과 민생 법안 처리, ‘채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 등 총 10가지 민생·특검 현안을 언급하며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29일 오후 2시경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지고 “저희가 오다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제1야당의 대표로서 국민들의 뜻을 전달해드리려고 한다. 오늘 이 만남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주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이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평화와 안전을 지키라 명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22대 총선 공약인 ‘전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수용을 촉구했다. 그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민생회복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화폐로 지급하면 소득지원 효과에 더해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R&D 예산 복원’ 등 조속한 민생 법안 처리를 주문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연구·개발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며 “전세사기특별법이나 민생입법도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두달째 의정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어서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어야 될 것 같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필수·지역 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와 조정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서 민주당이 제안한 국회공론화특위를 구성해 여야, 의료계가 함께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연금개혁을 두고는 “최근에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라는 개혁안 마련됐다”며 “대통령께서 정부·여당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과거 윤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을 언급하며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국정 기조 변화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채상병 특검법과 이태원 특별법 수용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제1책무”라며 “이태원 참사, 채해병 순직 사건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회담 의제로 검토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문제 제기했다. 이 대표는 “국정운영에 큰 부담 되고 있는 가족분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기후 위기 및 재생에너지 중심의 재편, 저출생 문제의 해결,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전환 등도 당부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것이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렇긴 하지만 또 민심을 과감하게 전달하는 게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국민들의 말씀에 귀 기울이기를 부탁한다”며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며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발언 직후 “감사하다”며 “평소 우리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양측은 회담을 비공개로 전환한 후 구체적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2시간15분 가량 진행됐으며 오후 4시20분쯤 종료됐다. 회담에는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됐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