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미스터리 스릴러가 떠난 자리에 남은 기시감과 모성애 '시간위의 집'

미스터리 스릴러가 떠난 자리에 남은 기시감과 모성애 '시간위의 집'

기사승인 2017-03-29 16: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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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미스터리 스릴러가 떠난 자리에 남은 기시감과 모성애 '시간위의 집'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영화 ‘시간위의 집’(감독 임대웅)은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한다. 집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장르적 수식어는 영화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듯하다. 하지만 지난 28일 언론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은 ‘시간위의 집’은 하우스 미스터리도 스릴러도 모두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시간위의 집’은 25년 전 집안에서 발생한 남편의 실종을 겪은 주부 미희(김윤진)가 25년의 수감생활 끝에 다시 그 집으로 돌아와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평범한 주부였던 미희는 집안에서 연달아 미심쩍은 일을 겪게 된다. 이와 함께 가정의 불화가 찾아오고, 미희와 집을 둘러싼 수상한 분위기는 결국 가족을 집어삼킨다. 미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모든 것을 ‘그들’이 했다고 주장하지만, 남편과 자식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오랜 기간 수감된다. 병보석으로 풀려난 미희는 모두가 꺼리는 집으로 돌아와 ‘그들’을 기다린다.

영화 초반부터 관객의 시청각을 자극하는 것은 으스스한 집 안에서 펼쳐지는 오컬트적 연출이다. 영화는 미희의 집을 수상하고 두려운 곳으로 보여주는 것에 주력한다. 관객은 ‘여기서 뭔가가 튀어나오겠다’고 짐작하면서도 깜짝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기시감이 드는 연출이 이어지지만, 영화 중반 미희가 무속인의 주문에 따라 눈을 감고 의식에 참여하는 장면만큼은 새로운 감각을 체험할 수 있다. 관객은 이 장면을 피하고자 눈을 감아도 그 장면에서 달아날 수 없다. 미희가 눈을 감으면서부터 화면이 암전되고, 관객은 눈을 감은 미희가 돼 의식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

이처럼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한 장치들이 강렬한 포즈를 취하며 나열되는데 비해, 인물은 평면적이고 서사는 느슨하다. 영화가 펼쳐지는 과정에서 남는 것은 일련의 ‘포즈’들 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정점의 순간 갈등과 해결 과정을 설명해 결론을 내리는 데 급급하다.

1992년도의 젊은 미희와 2017년도의 나이든 미희를 연기하는 김윤진의 연기는 돋보이지만,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신부 역할을 맡은 택연과 미희의 남편 철중을 맡은 조재윤의 연기도 마찬가지다. 캐릭터에 많은 사연을 설정했지만, 연출이 이를 풍부하게 살려내지 못한 까닭이다.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가 떠난 자리에는 익숙한 공포감과 신파성 모성애가 남았다. 장르물을 기대하고 ‘시간위의 집’을 선택한 관객이라면 당혹감이 남을 것이다. 15세 관람가. 다음달 5일 개봉.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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