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협상 최종 결렬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절대 나오지 않아야 한다

기사승인 2017-10-20 13: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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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협상 최종 결렬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절대 나오지 않아야 한다말기 폐암환자들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의 건강보험 약가협상이 결렬 위기에 놓여 있다. 이미 협상시한인 10월 13일은 넘겼고, 협상시한을 1주일 연장해 오늘 20일까지 마지막 협상이 진행된다. 타그리소 약값에 대한 해당 제약사와 건강보험공단 간의 시각 차이가 워낙 커 협상 전망이 밝지 않다. 타그리소의 건강보험 급여화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가난한 말기 폐암환자들은 절망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신약 약가협상 때마다 환자의 생명보다 제약사의 이윤이나 건강보험 재정이 더 우선시 되는 상황이 실망스럽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osimertinib)는 이레사·타세바 등과 같은 기존의 표적치료제인 EGFR-TKI 제제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EGFR T790M 변이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효능이 검증된 3세대 표적항암제다. 작년 5월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허가를 받아 시판된 타그리소는 약값이 28정 1팩에 평균 1040만원으로 최근까지 고가약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8월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를 통과했고 지난 8월 14일부터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과의 약가협상에 들어갔다.

현재 해당 제약사가 사회공헌 프로그램 형태로 비급여인 약값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해당 말기 폐암환자들에게는 여전히 큰 경제적 부담이다. 해당 제약사의 약값 지원금을 빼고도 매달 수백만 원의 약값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가난한 말기 폐암환자들 중에서는 고액의 타그리소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신약 치료를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라는 환자들도 있다. 이들의 마지막 희망은 타그리소의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화 뿐이다.

그런데 들려온 소식은 ‘약가협상 결렬’이라는 비보였다. 이에 더해 약값협상이 결렬 위기에 놓이자 해당 제약사의 “타그리소 급여 포기, 한국시장 철수”를 암시하는 기사들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사를 본 해당 말기 폐암환자들의 절망감과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만일 해당 제약사가 유리한 약가협상을 하기 위해 “타그리소 급여 포기, 한국시장 철수”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면 이는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비인도적인 처사다.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해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제약사의 기업윤리에도 반하고, 글로벌 제약사 전반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가중시키는 나쁜 선례이다. 해당 제약사는 약가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타그리소의 건강보험 급여화만을 실낱같은 희망으로 기다려온 말기 폐암환자들에게 이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말기 폐암환자들도 현재 건강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내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이다. 이들도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신약이 있다면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이나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들이 자비나 민간보험금으로 신약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당연히 건강보험 재정으로 신약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헌법상 권리이고 국가의 의무다. 만일 타그리소의 약가협상이 결렬되어 다시 약평위의 급여결정과 공단과의 약가협상 절차를 거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그 동안 고액의 약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말기 폐암환자들은 상당수 사망할 것이고, 고액의 약값을 지불하고 치료받는 환자들도 상당수 재난적 의료비 부담으로 계층 하락을 할 것이다. 이러한 불행한 상황을 막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환자의 생명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다. 타그리소가 기존 치료제에 비해 안전성과 효과성에 있어 우수한 신약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약값이다. 지난 13일 약가협상 결렬 원인도 약값이다. 해당 제약사와 공단의 타그리소 관련 약가 시각차는 타협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제약사와 공단은 환자의 생명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약가협상 최종 결렬이라는 최악의 사태만은 절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과 같은 타그리소 사태는 말기 폐암환자 뿐만 아니라 어떤 질환에서도 고가의 신약이 건강보험 급여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환자단체들은 이번 타그리소 사태를 지켜보며 일반 신약과는 별도로 ‘안전성이 검증되고, 효과가 뛰어나며, 생명과 직결된 신약’만을 별도로 선별해 신속하게 건강보험 급여화 하는 제도가 필요함을 경험하게 되었다.

‘안전성이 검증되고, 효과가 뛰어나며,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경우 제약사가 식약처와 심평원에 시판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결정을 위한 신청을 동시에 하고, 식약처와 심평원도 동시에 심사, 결정을 해서 식약처 허가 후 신약이 시판되는 동시에 해당 환자들이 건강보험 적용되는 약값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우선 해당 환자부터 살려놓고 이후 경제성 평가 결과 등을 참조해 제약사와 공단이 약가협상을 하고, 협상이 완료되면 그 간의 차액을 정산하면 된다. 이를 통해 헌법상 보장된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신속한 환자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환자단체들은 앞으로 ‘안전성이 검증되고, 효과가 뛰어나며,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신속 건강보험 급여제도”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할 것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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