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아이돌이 아프다’ 화려한 무대 뒤 그늘… 이대로 괜찮을까

‘아이돌이 아프다’ 화려한 무대 뒤 그늘… 이대로 괜찮을까

기사승인 2017-12-21 00:01:00
- + 인쇄

[쿡초점] ‘아이돌이 아프다’ 화려한 무대 뒤 그늘… 이대로 괜찮을까

K팝을 대표하는 스타이자 유능한 음악가 종현이 숨졌다는 소식에 가요계와 대중은 큰 충격에 빠졌다. 대외적으로 화려한 삶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였던 종현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비탄과 충격은 더욱 깊어졌다.

종현과 각별한 사이였던 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멤버 나인은 지난 19일 종현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메시지에는 그의 우울과 이를 극복하려 했지만 힘겨웠던 과정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종현은 문서 말미 유명인으로서의 생활이 쉽지 않았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앨범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한 종현은 9년간 샤이니로 활동하며 국내와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종현은 아이돌 그룹뿐 아니라 솔로 아티스트로도 인정받았다. 가수 이하이의 ‘한숨’ 아이유의 ‘우울시계’ 등을 작업하며 유망한 작사·작곡가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아이돌은 누구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인 동시에 짊어져야 하는 스트레스의 무게가 상당한 직업이기도 하다. 명(明)과 암(暗)이 확실한 셈이다. ‘유명세’는 세상 모든 유명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지만, K팝 산업 내에서 활동하는 아이돌에게 가해지는 도덕적 잣대나 평가 기준이 유독 엄격하다는 주장도 있다.

K팝 아이돌은 10대 시절부터 오랜 기간 연습생을 거치며 강도 높은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데뷔 후에도 미래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이미지 소비’라는 이유로 무대 위 실력은 물론이고, 무대 밖 모습까지 예쁘고 완벽하길 바라는 시선도 다수다. 악성댓글을 통해 증오를 표출하는 극성 안티와 사생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열성 팬도 아이돌로서 안고 가야 하는 문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어릴 적부터 데뷔라는 목표 하나만을 보고 달리던 연습생들이 데뷔 후 이상과 같지 않은 현실에 공허함을 느끼거나 우울해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아이돌 중 공황장애나 정신적인 문제로 비밀리에 병원을 찾는 이가 다수”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리가 모두에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문제에 노출돼 있지만 바쁜 일정과 세간의 눈초리 때문에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거나 치료하기가 힘든 것도 고충이다. 더불어 이 관계자는 “대형 기획사는 연습생이나 아티스트를 위한 상담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 편이지만, 중소 기획사일수록 소속 연예인의 정신 건강을 돌보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미 많은 아이돌이 지친 속내를 고백했다. 그룹 타히티의 미소는 최근 SNS에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약을 복용했음을 암시했고, 가수 가인 또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음을 알렸다. AOA를 탈퇴한 멤버 초아도 “불면증과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2년간 스케줄을 줄여왔지만 피곤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비보가 전해진 후, 이와 같은 문제가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더해졌다. 20일 개최된 JTBC 금토극 ‘언터처블’ 기자간담회에서 배우이자 아이돌 그룹 멤버 정은지는 “공개된 유서 내용에 공감하는 동료가 있었다”며 “많은 동료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은지가 속한 그룹 에이핑크는 신원 미상의 협박범으로부터 수차례 살해 및 폭발물 설치 등의 위협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관해 우보라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극심한 경쟁에 노출된 프로 스포츠 선수가 정기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는 것처럼,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는 연예인 또한 기획사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정신의학과 상담을 받아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정신적인 문제는 현대인에게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이지만, 정신의학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진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우울증과 정신의학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공동취재단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