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0대 뉴스③-e스포츠] 돌풍 몰고온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삼성매각

기사승인 2017-12-27 0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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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 같았던 SK텔레콤 T1의 독주가 끝났다. 지난 1년 동안 절치부심했던 삼성 갤럭시가 마침내 왕좌를 빼앗았다. 그러나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챔피언의 이름은 KSV e스포츠로 바뀌었다. 오버워치 APEX는 1년 만에 막을 내렸고, 우승팀 루나틱 하이와 GC 부산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오버워치 리그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일부 선수들은 신규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로 종목을 변경했다. 모두 올 한 해 동안 벌어진 일들이다. 쿠키뉴스가 2017년 e스포츠 업계를 뒤흔들었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① SKT 왕조 끝나고, BIG4 시대 열렸다

지난 2013년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신을 주름잡아 왔던 SKT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올 초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스프링 시즌을 지배하며 황금기를 이어나가는 듯싶었지만, 이후 롤챔스 서머와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에서 각각 롱주 게이밍과 삼성 갤럭시에게 패해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이들이 대회 결승 무대에서 패한 건 지난 2015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 이후 처음이다.

지난 3일 kt 롤스터가 올해 마지막 대회인 케스파컵에서 롱주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자연스럽게 ‘BIG4’가 대회 트로피를 1개씩 나누어 가진 꼴이 됐다. 롱주는 창단 후 첫 롤챔스 우승을 이뤄냈고, 삼성은 3년 만에 다시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다.

② 오버워치 리그 출범

블리자드가 오버워치 e스포츠 시장을 재정립했다. 오는 2018년 1월 개막하는 오버워치 리그 첫 시즌에는 총 12팀이 경합한다. 미 프로야구 뉴욕 메츠·잉글랜드 프로축구단 아스널 등 프로 스포츠팀의 구단주부터 임모털즈·NRG e스포츠 등 기존 e스포츠 ‘큰손’들까지 대거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팽창했다. 블리자드는 5만 달러(한화 약 5600만 원)를 선수 최저 연봉으로 지정했다. 첫 시즌 참가 팀에게 제공될 총 보너스는 350만 달러(약 39억 2000만 원)다.

각 지역 리그도 블리자드 주관 대회인 컨텐더스로 통일됐다. 이에 OGN이 주관하던 APEX 역시 GC 부산이 우승한 시즌4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 2016년 10월 첫 시즌을 시작한 지 딱 1년 만이다.

③ 케빈 추 사단, 한국 입성

모바일 게임사 카밤의 설립자 케빈 추가 한국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가 운영하는 신생 프로게임단 KSV e스포츠는 지난 7월 오버워치 리그 서울 지역 팀 창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들은 곧 오버워치팀 루나틱 하이의 주전 선수들을 영입했으며,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종목의 MVP 블랙·미라클도 인수했다. 이어 12월 삼성 갤럭시를 품으며 리그 오브 레전드로까지 발을 넓혔다. 최근에는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 종목에 2개의 팀 KSV 아셀과 노타이틀을 창단해 구색을 갖췄다.

KSV가 인수한 팀은 각 종목 대회에서 1위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루나틱 하이는 APEX 시즌2·3을 제패했고, MVP 블랙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글로벌 챔피언십(HGC) 스프링 챔피언십 등을 석권했다. 삼성 갤럭시는 롤드컵을 들어 올렸다.

④ e스포츠 블루칩 급부상한 배틀그라운드

블루홀이 만든 배틀로열 장르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2017년 게임업계를 평정했다. 최근 25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전 세계적 흥행을 기록 중이다. 자연스레 e스포츠화에도 박차가 가해졌다. 지난 8월 게임스컴 인비테이셔널을 시작으로 11월 지스타 인비테이셔널에 이르기까지 각종 중소규모 대회가 치러졌으며, 최근에는 아프리카TV와 OGN이 각각 대규모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100명이 한군데서 겨룰 수 있는 전용 경기장이 요구되며, 중계 기술의 개선도 필수적이다. 또 운적인 요소가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쳐 e스포츠로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배틀그라운드를 신규 주력 종목으로 바라보고 있다. MVP·KSV e스포츠·CJ 엔투스·콩두 등은 벌써 팀을 만들었으며, 다른 프로게임단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거나 신설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⑤ 내우외환 시달린 한국e스포츠협회

한국e스포츠협회가 몸살을 앓았다. 협회는 지난 2016년 3월 대한체육회가 ‘가맹경기단체 등급분류 기준 강화’에 따라 진행한 기존 단체 재심사에서 ‘준가맹’과 ‘인정단체’ 자격을 박탈당했다. ‘유예(결격) 단체’가 된 협회는 결국 지난 8월 회원종목단체 지위를 잃었다.

내부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다. 협회장을 역임했던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의원 시절 비서관인 윤 모 씨와 김 모 씨, 자금세탁을 도와준 브로커 배 모 씨 등이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 됐다.

⑥ 거대 자본 입성한 북미 e스포츠 시장

북미 e스포츠 시장이 거대 자본을 등에 업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오는 2018 북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NA LCS) 스프링 시즌부터 프랜차이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지난 10월 밝혔다. 그리고 곧 이어진 프랜차이즈 심사에서 기존 리그 소속팀이었던 임모털즈·디그니타스·엔비어스·피닉스원(P1)이 불안정한 재정 현황 등을 사유로 탈락했다.

이들의 빈자리는 골든 가디언즈·클러치 게이밍·100 시브즈·옵틱 게이밍이 대신한다. 대부분이 미 프로농구단을 구단주로 두고 있다. 에코 폭스 역시 미 프로야구단 뉴욕 양키스와 투자 제휴를 맺었다. 마찬가지로 거대 자본이 유입된 오버워치 종목과 더불어 유례없는 머니 게임이 펼쳐질 거란 전망이다.

⑦ 얼어붙은 오프 시즌

올해 리그 오브 레전드 오프 시즌은 조용했다. ‘피넛’ 한왕호가 롱주 게이밍으로 이적한 것 외에는 큰 뉴스가 없었다. 올해는 모든 팀이 로스터를 유지·보수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다수 팀이 로스터를 물갈이하고, 해외파 선수들의 연쇄적인 국내 복귀가 이뤄졌던 작년과 정반대의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서 한 게임단 관계자는 “어렵게 모인 멤버들인 만큼 서머 시즌 종료 직후부터 한 번 더 뭉쳐보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해외 게임단의 한국 선수 선호도도 예년만 못하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해외 팀들도 검증된 선수만 데려가려고 하는 추세”라며 “선수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도 대형 이적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⑧ 이영호, 아프리카TV 스타크래프트 리그(ASL) 3연패

‘최종병기’는 녹슬지 않았다. 이영호가 올해 열린 3번의 ASL을 모두 제패했다. 차례대로 염보성과 이영한 그리고 조일장을 꺾었다. 승률 면에서도, 경기력 면에서도 적수가 없었다. 이영호는 지난 11월 시즌4 우승 직후 인터뷰 자리에서 “차기 시즌에는 한 경기 쯤 종족을 바꿔서 임해볼까 고려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시즌에 단 2패만을 기록했다.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해 성공적으로 부활한 스타크래프트지만, 이처럼 이영호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그 화력이 다했다는 주장도 슬슬 제기된다. 현재 아프리카TV 측은 차기 시즌 개최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⑨ 삼성 갤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삼성이 지난 12월 KSV에게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매각했다. 지난 2000년부터 프로게임단을 운영해온 이들이 사실상 e스포츠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롤드컵 우승으로 팀의 가치가 최고조에 올라있을 때 매각한 것이기에 업계는 더 큰 충격에 빠졌다.

CJ 엔투스도 2012년부터 운영해온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해체했다. 팀은 챌린저스에서 활동한 지난 1년 동안 2차례 승격에 실패하는 등 올 한 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CJ는 배틀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지난 14일 OGN의 배틀그라운드 리그인 서바이벌 시리즈(PSS) 베타 제작발표회에서 배틀그라운드팀 창단을 공식 선언했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던 두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 매각·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시장 규모의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대기업 없이도 자생 가능한 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낙관적 분석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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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라이엇 게임즈, 전용 경기장 건설 발표

오는 2019년부터는 서울 종각에 위치한 롤챔스 전용 경기장에서 롤챔스가 열린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11월 기자 간담회를 열고 경기장 신설 및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장의 완공 예정일은 2018년 9월이며, 부지 임대는 2029년까지다. 총 소모비용은 수백억 원에 달한다. e스포츠에 유례없는 10년 대계를 세운 셈이다.

방송 또한 라이엇 게임즈가 전담할 예정이다. 자연스럽게 현재 롤챔스 중계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 OGN·SPOTV와의 관계 또한 재정립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이승현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대표는 “저희가 직접 (방송을) 시도한다고 해서 양 방송사와의 관계가 끝이 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상 롤챔스가 파이를 독식하고 있는 한국 e스포츠 시장에서 이번 경기장 건설은 여러모로 큰 변화의 단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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