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르, 장기전 여왕으로 떠오르나…밴픽구도도 변화 조짐

기사승인 2018-01-25 05: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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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르가 장기전의 여왕으로 떠오르고 있다. 밴픽구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진에어 그린윙스가 대어를 낚았다.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스프링 시즌 1주 차 경기에서 전년도 챔피언 SK텔레콤 T1을 잡았다. 꿀맛 같은 역전승이었다. 마지막 세트에서 3개 억제기를 내주는 등 벼랑 끝까지 몰렸지만, 원거리 딜러 ‘테디’ 박진성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넥서스 수성에 성공한 결과였다.

비슷한 양상의 게임이 지난 23일에도 펼쳐졌다. 락스 타이거즈가 bbq 올리버스와의 대결 2세트에서 시비르를 선택, 불리한 게임을 뒤집었다. 시종일관 상대가 리드하는 게임이었으나 마찬가지로 원거리 딜러 ‘상윤’ 권상윤을 앞세워 넥서스를 방어했고, 결국 기적처럼 역전승을 거뒀다. 타이거즈는 이 때의 기세를 3세트까지 이어 나가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두 게임에 공통적으로 등장한 단 하나의 챔피언이 있다. 버티기 구도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원거리 딜러 시비르다. 시비르는 라인 푸시에 장점이 있는 챔피언으로, 튕기는 부메랑(W) 스킬을 활용해 순식간에 미니언 웨이브를 제거할 수 있다. 내셔 남작 버프를 두른 슈퍼 미니언도 시비르 앞에서는 공평하고, 때문에 역전승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기에 안성맞춤이다.

후반 지향 조합을 선호하는 팀들에게 시비르는 안성맞춤의 픽이다. 시비르가 최전선에 나서서 미니언을 제거하면 그동안 동료 챔피언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선 두 경기에서도 그런 역할을 수행했다.

시비르, 장기전 여왕으로 떠오르나…밴픽구도도 변화 조짐

새로운 룬 특성 ‘과다 치유’, ‘봉인 풀린 주문서’와의 좋은 궁합도 시비르가 각광받는 이유다. 이 2개 특성으로 인해 부족했던 체력 회복 능력이 더해지고, 빠른 라인 복귀가 가능해졌다. 인파이터 타입인 시비르로서는 날개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시비르가 떠오르면서 밴픽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 현재 진행되는 8.1 패치 버전에서는 칼리스타·이즈리얼·코그모 등이 1티어 원거리 딜러로 꼽힌다. 이 챔피언들은 고정 밴과 유동 밴을 오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거리 딜러 챔피언에 1개의 밴 카드를 더 투자하기란 석연찮았다.

락스가 드라마를 연출한 23일 전까지 롤챔스에서 시비르는 밴 카드로 쓰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2차례 장기전 이후 밴픽 구도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23일 락스 타이거즈전 2세트에서 시비르에 호되게 당한 bbq 올리버스가 이어지는 3세트에 바로 밴 카드를 사용하면서 첫 밴을 기록했다.

이어 24일에는 SK텔레콤 T1과 kt 롤스터 간 맞대결에서 양 팀이 번갈아가며 3세트 내내 밴 카드를 투자했다. 때문에 이날 3세트에는 그간 보기 어려웠던 이즈리얼 대 칼리스타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눈에 띄게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시비르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초반부터 탄력을 받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에게 쉽게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후반 캐리력도 코그모·베인 등 노골적인 후반 지향형 챔피언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이다. 현재 시비르는 롤챔스에 총 6차례 등장해 4승을 올렸다.

여기에 원거리 딜러의 기량도 챔피언 성능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다. 장기전의 공성·수성전은 무척 난이도가 높다. 생존 기술이 없는 시비르를 플레이할 경우 더욱 높아진다. 최근 시비르로 인상적인 수비 능력을 선보였던 권상윤과 박진성은 팀의 에이스이자 유일한 캐리 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로, 어느 팀에 가더라도 주전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재목이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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