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부실에 표류하는 방문·가정간호서비스

공무원화가 해법? “서비스 정의부터 체계까지 싹 바꿔야”

기사승인 2018-03-07 09: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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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있다. 더구나 고령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등 노년에 대한 돌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노년층을 위한 관심과 지원은 아직 필요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노년 뿐 아니다. 만성질환이나 선천성 질환 등으로 인해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이들을 간호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사회가 존재하는 이유 중에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족에게 맡겨지거나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도 일련의 문제를 인식하고 거동이 불편하지만 의학적 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가정간호서비스’와 일상생활에서의 건강관리를 위한 ‘방문간호서비스’를 의료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서비스는 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환자도 서비스 인력도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총체적 부실”이라고 가정·방문간호 서비스를 혹평했다.

환자 치료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소요되는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가정간호서비스는 의료기관의 수익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생활의 안정과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방문간호는 지자체장과 보건소장의 의지에 따라 서비스 질과 범위가 정해진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환자는 요양병원 등에 입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면서도 부족한 장비와 인력으로 인한 부실한 의학적 지원을 받으며 간혹 생명의 위협도 느낀다. 

가정간호를 받고 싶어도 거리제한이나 의료기관 간 위탁·연계의 어려움으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곳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실제 서비스가 시작된 10여년 전만해도 200여 곳이 넘던 가정간호서비스 제공 의료기관은 현재 절반이하로 줄어 100곳을 겨우 넘고 있다.

게다가 오락가락하는 서비스로 인해 방문간호를 제공하는 간호사 등은 임금에 대한 법적근거조차 없어 최저임금에 준하는 낮은 소득과 높은 노동 강도,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를 벗지 못해 안정적이지 못한 처우로 인해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가정간호사회 윤영미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축하 기고를 보내며 “가정간호서비스는 퇴원 후 연속적인 포괄서비스가 요구되는 환자에게 돌봄을 위한 요양서비스가 없어, 환자가 가정보다는 주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가게 된다”면서 제도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방문보건협회 최상금 회장은 6일 열린 방문건강관리사업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사업의 목적, 대상, 서비스 등의 중복이나 역할갈등 등 사업의 집행과 운영상 문제점으로 건강 형평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사업 운영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전했다. 이어 불안정한 고용형태 개선을 위해 보건소의 정규직을 보장하는 등 공무원의 지위가 주어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지난달 26일 있었던 ‘제1회 나이팅게일 의정포럼’에 참석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장욱 자원정책연구팀장은 “건강관리 행위가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 내지 유형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또 다른 분란을 촉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근본적인 검토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간호계 관계자는 “하나의 통합된 서비스로 출발한 가정·방문간호가 의료계의 반대와 정부의 잘못된 제도운영으로 인해 쪼개지고 왜곡됐다”면서 “지금이라도 환자의 안전과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중앙집권의 통일된 서비스 체계를 갖춰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현 교수 또한 “방문간호서비스의 경우 추가적인 설비나 장비에 소요되는 비용이 거의 없어 투입하는 예산 대비 고용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서비스 효율 또한 높아질 수 있는 분야”라며 “지금의 운영형태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장기요양보험과 같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관리해 서비스 공급 체계와 질 관리, 개선해 국민의 건강을 살피고 안정적인 돌봄을 실현해 변화하는 현실에 발맞춰 나가야한다”면서도 “의료계의 협조와 정부의 의지가 절실한 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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