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의 환자샤우팅] 환자안전 “자율보고 확대와 환자참여가 핵심”

기사승인 2018-06-11 08: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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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종의 환자샤우팅] 환자안전 “자율보고 확대와 환자참여가 핵심”글·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쿠키 건강칼럼] 종현이법으로 불리는 환자안전법이 2016년 7월 29일 시행되었다. 2010년 5월 29일 백혈병 투병중인 아홉 살 故 정종현 어린이가 정맥에 맞아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척수강 내로 잘못 주사 맞아 사망한지 6년 2개월 만이다.

종현이 부모는 항암제 투약오류로 사망까지 한 아들과 같은 불행한 사건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환자안전법 제정을 호소하였다. 종현이 부모와 환자단체들 그리고 환자안전 관련 학회와 전문가들이 함께 환자안전법 제정에 나섰고,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올해부터는 보건복지부가 매년 종현이 사망한 날인 5월 29일을 ‘환자안전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환자안전법은 자율보고된 환자안전사고를 분석해 재발방지 매뉴얼을 만들고 주의경보발령 등을 통해 전국의 보건의료기관과 보건의료인을 학습시키는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작년 12월에 환자안전서비스 포털(www.kops.or.kr)을 구축했다.

새로운 유형의 사고가 발생했거나 중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환자안전 주의경보’을 발령하고 있다. 현재까지 케타민(Ketamine, 진정제) 투여용량 오류사고 발생 등 7건의 ‘환자안전 주의경보’가 발령되었다.

환자안전법이 시행된 지 1년 11개월이 흘렀다. 2018년 5월 25일 현재까지 보건복지부에 자율 보고된 환자안전사고는 총 7427건이다. 외국의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건수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현재 자율보고 건수 수준도 낮지 않다는 평가도 있고, 전국의 보건의료기관 수를 고려하면 저조하다는 평가도 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실에 따르면 자율 보고된 환자안전사고의 절반에 해당하는 47.8%가 낙상이다. 이는 현재 보건복지부에 자율보고 되고 있는 상당수가 사망 또는 중장애 등과 같은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아닌 상대적으로 낙상 등과 같은 경미한 환자안전사고라는 것이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자율보고 건수가 적다면 환자안전법의 핵심인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환자안전사고 보고건수를 늘리는 신속하고 확실한 방법이 있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를 의무보고 하도록 환자안전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일부 항목의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미국, 호주, 싱가폴, 일본 등 다수의 국가에서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고,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모든 환자안전사고를 대상으로 보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율보고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사회적 논의를 거쳐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올해 2월 27일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환자안전법이 시행된 2016년 7월 29일부터 2018년 5월25일 현재까지 보건복지부에 자율 보고된 총 7427건의 환자안전사고 중에서 환자·보호자가 보고한 경우는 28건(0.00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병원의 환자안전 전담인력이 보고한 것이다.

환자안전법은 제정 당시부터 병원 내 안전사고 예방활동의 주체를 의사, 약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의 병원 직원으로 제한하지 않고, 환자·보호자도 포함시켰다. 환자안전법 총 18개 조항 중에서 8개 조항에서 환자·보호자를 환자안전사고 예방활동의 참여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환자안전법은 환자안전사고의 자율보고만을 규정하고 있다. 의무보고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보고·학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이러한 환자안전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환자·환자보호자의 환자안전사고 보고다. 환자안전사고 보고가 환자안전사고 예방 자료로 활용된다는 확신만 있다면 환자·보호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환자단체들은 올해 제1회 ‘환자안전의 날’을 기점으로 환자나 환자보호자들이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일명, 적신호사건)를 적극적으로 자율 보고하는 운동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병원 환자안전의 성공비결은 자율보고의 확대와 환자 참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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