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고파”… ‘미스트롯’ 결승 5인이 오디션 무대에 선 이유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고파”… ‘미스트롯’ 결승 5인이 오디션 무대에 선 이유

기사승인 2019-05-17 0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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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의 열풍은 계속된다. 종합편성채널 예능 중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의 출연진은 방송 종영 후 전국투어로 팬들을 만나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큰 인기를 얻으며 ‘미스트롯’ 결승에 진출했던 송가인, 정미애, 홍자, 정다경, 김나희를 최근 서울 선릉로 한 카페에서 만나 경연을 마친 소감 등을 들어봤다. 

■ ‘미스트롯’ 방송 이후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소감이 어떠한가.

송가인 :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리둥절하고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다. 방송을 보신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행사장에서는 인기를 실감한다. 예전엔 환호성이 없었는데 요즘엔 함성 부터 다르다.

홍자 : ‘미스트롯’이 ‘어른들의 프듀’(‘프로듀스 101’)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참 재미있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공연에 와주시는 분들 중에 실제로 연령대가 있으신 분들이 많다. 덕분에 힘이 난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나희 : 아이돌급 인기는 아니지만, 어른들께서 아이돌을 좋아하듯이 저희를 좋아해 주신다.

■ ‘미스트롯’ 이후에 어떤 변화를 느꼈나.

홍자 : 예전엔 제가 무대에 올라가도 관객분들이 뭔가 드시거나 전화를 하시거나 다양한 행동을 하셨다. 이제는 일제히 집중을 해주셔서 무대에서 에너지가 나온다. 관객의 기를 받고 더 열정적으로 노래한다.

정미애 : 열두 살인 아들의 시선이 바뀌었다. 처음엔 노래하고 춤추는 엄마의 모습을 낯설어했는데, 결승까지 올라가니 많이 응원해줬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수은등’을 부른다고 자랑했다.

■ 방송 이후 콘서트에서 팬들을 직접 만난 소감도 궁금하다.

송가인 : 공연에 오르기 위해 무대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수천 명의 환호성이 들려서 기분이 묘했다. 예전엔 겪어 보지 못했던 환호였다. 살다 살다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정다경 : 방송을 할 땐 시청률을 통해 인기를 간접적으로 느꼈다. 서울 공연에 너무나 많은 고 관객들이 오신 걸 보고 인기를 직접 체감했다.

홍자 : 저희를 보시려고 돈을 내고 오신 공연이라, 방송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직접 만난다고 생각하니, 경연과 또 다른 긴장과 설렘이 있었다.

김나희 : 전국투어가 매진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객석의 광경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콘서트 당일 리허설을 마치고 무대에 오르기 위해 준비하면서 객석을 언뜻 봤는데 꽉 차있었다. 무대 오르기 전에 울컥했다. 우리를 보기 위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셨다는 것에 감사했고, 그만큼 열심히 해야겠단 각오가 섰다.

■ 각자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트로트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송가인 : 우물 안 개구리였는데, 오디션을 한다길래 ‘세상 밖으로 나가보자’라는 마음으로 참여를 결심했다. 트로트가수로 활동하고 있어서 프로그램 출연이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겠단 걱정도 했다. 하지만 한 번쯤은 도전을 해봐야 후회가 없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김나희 : 주변의 만류가 많았다. 프로그램에 나가면 좋지 않게 비칠 것이란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꿈이라는 것이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들지 않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동시에 새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도전하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기운을 받으며, 긍정적으로 무엇인가 해보고 싶단 마음이 컸다.

정미애 : 민요를 전공하다가 기획사에 들어가 트로트가수를 준비했다. 그게 잘 안 돼서 ‘히든싱어’에 출연해 이선희 모창가수로 5년 정도 활동했다. ‘미스트롯’을 통해 모창가수라는 타이틀을 탈피하고 싶어 도전하게 됐다.

정다경 : 전공했던 무용을 관두고 가수로 데뷔한 지 1년밖에 안 된 상황이었다. 가수가 내 길이 맞는 것일까 고민하던 시기에 ‘미스트롯’에 나가게 됐다. 트로트가수로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홍자 : 방송을 하기 전보다는 대외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었다. 사실 오디션에 대한 부담이 컸다. 일반인 참가자보다 못해서 창피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가수로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했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았다. 가수생활 하면서 누군가에게 전문적인 평가나 심사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나가서 안 좋은 소릴 듣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경연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

정미애 : 저는 트로트가수인 동시에 주부이고,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남편이 옆에서 열렬한 지지를 보내줬다. 남편의 응원과 사랑이 큰 힘이었다.

송가인 : 저 역시 가족이 큰 힘이 됐다. 그런데 경연을 하다 보니 힘들 때 스스로 극복해 내야 살아남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힘든 순간을 혼자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홍자 :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가수 생활을 할 땐 가족들이 원동력이었는데, ‘미스트롯’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자신과 싸우면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 한계에 부딪히니까 결국 스스로를 이겨내야 했다.

■ 길고 힘들었던 ‘미스트롯’ 경연이 끝난 후, 각자 휴식을 위해서 한 일은 무엇인가.

정다경 : 침대에 종일 누워 있었다. 하루 내내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그제야 프로그램이 정말 끝났다는 실감이 나면서 아쉬움과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정미애 : 방송을 하면서 외형에 대한 악플을 많이 받아서 경연할 땐 식단조절에도 신경 썼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원 없이 먹었다.

김나희 : 12월부터 목 관리를 위해 술을 먹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한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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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가인-홍자의 대결 구도도 방송의 재미 중 하나였다.

송가인 : 얼마 전 사천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가기 전엔 걱정했다. 방송을 하면서 지역감정에 관한 악플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정말 많은 분들이 환호해주셨다. 고향에 간 것보다 더 큰 환대를 받았다. 많은 분들이 ‘지역감정 없어요’ ‘울지 마세요’라고 소리쳐 주시기도 했다. 정치인도 못시키는 지역 대통합을 송가인이 이뤘다는 댓글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트롯’이) 역사적인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

■ 후속으로 제작되는 ‘미스터트롯’ 참가자들에게 조언해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나희 : 주변 개그맨들 중에 출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개그맨을 준비하던 것처럼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정미애 : 자신 있는 노래 목록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자신의 강점을 알면 경연에서 훨씬 유리하다.

송가인 : 시대별 트로트도 공부해야 한다. 옛날 노래부터 시대별, 장르별로 공부를 해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미스트롯’으로 인해 트로트계에 활력이 생겼다. 이에 관한 책임감도 느끼나.

송가인 : 프로그램이 잘 돼서 침체된 시장에 활력이 생기고, 관련 행사들도 많아진 것 같다. 트로트의 인기가 꾸준하게 이어져 해외에도 진출하고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정미애 : 반짝 빛났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관심과 사랑이 유지됐으면 한다.

김나희 : 트로트도 한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미스트롯’을 즐겨 본다는 연락을 받았다.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 등 각지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키는 트로트계의 BTS가 되고 싶다. 열심히 하겠다.

송가인 : 저희를 보고 후배들이 꿈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꾸준하게 이끌어 나가고 싶다.

홍자 : 프로그램을 하면서 장윤정 선배의 존재 자체가 큰 위안이 됐다. 후배들이 나를 볼 때 이런 마음을 가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가수 활동을 하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김나희 : 제 이름으로 앨범을 내고 싶다. 곧 낼 수 있을 것 같다.

홍자 : 감성 트로트라는 신선한 장르를 개척하면서, 음원 강자로 두각을 보이고 싶다.

송가인 : 트로트 뮤지컬이 만들어진다면, 무대에 서보고 싶다.

정다경 : 트로트가수는 기초가 튼튼해서 트로트뿐 아니라 여러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 뮤지컬뿐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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