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꿀 근절’ 목소리 높아지는데…정부는 엇박자

벌에 설탕 먹여 만든 사양꿀…우리나라만 꿀로 취급
농식품부 “식약처 논의할 것”…식약처 “협의 요청 없어”
양봉업계 관계자 “정부 회피 말고 적극적 대책 내야”

기사승인 2024-05-06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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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꿀 근절’ 목소리 높아지는데…정부는 엇박자
지난달 25일 방문한 마트에 사양벌꿀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건주 기자 

사양꿀 생산·유통 근절 목소리에 정부가 미지근한 반응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양봉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사양꿀 생산유통 근절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양꿀은 벌들에게 설탕을 먹여 채밀한 물질로 현재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만 꿀로 취급하고 있다.

특히 사양꿀 생산은 꿀벌의 수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꿀벌은 밀원식물(꿀샘식물)의 화밀과 화분에서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사양꿀을 만들기 위한 ‘설탕물 사료’에는 미네랄·아미노산 등 영양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에 지난달 24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밀원 부족 해결을 위한 꿀벌목장 제도화 토론회’에서 꿀벌을 살리기 위해 사양벌꿀 생산·유통을 근절하고 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국내 양봉여건 상 불가피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농식품부는 지난 29일 설명자료를 내고 “과학적으로 구명된 꿀벌 폐사 원인은 주로 응애(해충) 적기 방제가 미흡하거나 동일성분 방제제를 반복 사용한 저항성 응애 확산”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양벌꿀의 유통 물량이 크다보니 사양벌꿀 유통제한 등에 관해 이해관계자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인택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이사장은 “‘폐사’라는 표현은 돌연사하는 것을 말하는데, 폐사가 아니고 꿀벌이 실종됐다는 게 문제”라며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 원인 규명을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양꿀이 꿀벌에 피해를 준다는 과학적 인과관계가 없다면서, (정부가) 과학적 규명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은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밀원 부족 해결을 위한 꿀벌목장 제도화’ 토론회. 영상=정혜미 PD

 

실제로 지난 토론회에서 한상미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장은 “꿀은 과학적으로 벌이 자연물을 먹고 나온 것인데, 전세계에서 설탕을 먹여 나온 건 꿀이 아니라 어떤 것도 아니다”라며 “사양꿀은 과학적인 범위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세계적으로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벌이 생명을 유지하려면 당과 탄수화물 화분을 먹어야 하는데, 이를 먹지 못하면 편식에 따른 영양 불균형이 일어나 수명 단축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들은 있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사양꿀 유통과 관련해서는 “사양꿀은 현재 시장에서 대체당원, 제과원료 등으로 유통되는 물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사양꿀 생산·유통 문제에 대해서 한국양봉협회 등 이해관계자와 논의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해당 규정 소관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적극 협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식약처는 농식품부와 어떠한 협의 관련 대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농식품부에서 사양꿀 관련 협조 요청이 있었는지 확인해 봤지만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부서는 없었다”고 말했다.

송 이사장은 “근본적으로 꽃나무를 심어 밀원을 늘리는 식으로 사양꿀을 없애야 할 문제인데 ‘유통물량이 많으니 사양꿀 유통제한은 신중해야 한다’는 농식품부 입장은 미온적”이라며 “정부가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인 대책을 내야 한다”고 일축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밀원 부족 해결을 위한 꿀벌목장 제도화’ 토론회. 영상=정혜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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