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수 신창원 검거 경찰과 제보자, 서장-형사로 10년만에 재회

기사승인 2009-03-25 16: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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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1990년대 후반 전대미문의 탈옥과 헬기까지 동원한 경찰의 체포망을 뚫고 2년6개월간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탈옥수 신창원(42).

끈질긴 추적에도 도무지 꼬리가 잡히지 않던 신창원을 검거해 경찰의 구겨진 체면을 세웠던 당시 전남 순천경찰서 간부와 날카로운 눈썰미로 탈옥수를 한눈에 알아봤던 육군 정보부대 출신의 제보자가 경찰서장과 경력 10년의 중견 형사로 한솥밥을 먹게 됐다.

경찰청의 총경급 전보인사에 따라 24일 제63대 광주동부경찰서장으로 부임한 김진희(57)총경과 신창원의 은신처를 제보한 공로로 경찰에 특채돼 1999년부터 같은 경찰서 형사계 지역형사3팀에 근무중인 김영군(38)경장이 그 주인공.

1992년 육군 모 정보부대 하사관으로 전역한 뒤 가스업체에서 일하던 김 경장은 순천시 연향동 모 아파트 3층에 가스배관을 살피러 갔다가 날렵한 체격에 반바지를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낯선 세입자와 아파트 거실에서 마주쳤다.

“날씨도 더운데 젊은 사람이 왜 집안에서 모자를 쓰고 있을까. 혹시 자신의 얼굴을 감추기 위해 그런건 아닐까.”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젊은 남자를 눈 여겨본 김 경장은 그가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모자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정보부대 출신 특유의 직감으로 깨달았고 오래잖아 TV뉴스에서 본 신창원의 인상을 본능적으로 떠올렸다.

일반인들의 경우 한두개나 갖고 있을만한 운동도구가 비닐도 뜯기지 않은 채 방안에 가득한 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수상한 점이었다.

그 즈음 각 신문과 TV뉴스 등에는 강도치사죄로 1989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복역하다 교도관들 몰래 만든 톱으로 화장실 쇠창살을 절단하고 탈옥한 신창원이 경찰을 우롱하듯 권세가들의 집에서 금은보화 등 10억원 상당을 털고 행방이 오리무중이라는 뉴스가 도배되고 있었다.

경찰은 수만명을 동원해 신창원의 뒤를 쫓고 있지만 매번 눈앞에서 그를 놓치는 바람에 여론의 질타를 받기에 바빴다.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을 비웃듯 바둑판 같은 체포망을 무력화시킨 것도 모자라 10여차례나 경찰관의 코앞에서 홀연히 사라진 신창원은 어느새 ‘의적‘ ‘홍길동’ ‘일지매’‘대도’ 등으로 미화됐고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는 팬클럽까지 생겨나 청소년들이 그를 우상화하는 등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아파트 실내배관을 둘러보러 간 김 경장이 아파트를 빠져나오면서 손목시계를 통해 본 시각은 어림잡아 1999년 7월16일 오후 1시30분.

어느새 등줄기에는 식은 땀이 한두방울 흘러 냈지만 태연하게 이 곳을 빠져나온 김 경장은 곧바로 경찰서에 신고전화를 했고 아파트 입구도로에서 경찰관들의 출동을 애타게 기다렸다.

이 때 순천경찰서 형사계와 수사계 등에서 비상소집한 80명의 경찰관들을 이끌고 현장에 긴급 출동해 검거작전을 지휘한 사람이 바로 김진희 당시 수사과장.

김진희 당시 수사과장은 신창원이 은신처로 삼기 위해 며칠전 월세계약을 마친 아파트의 앞 베란다와 뒤 창문을 통해 형사들이 재빨리 진입토록 지시하는 등 1시간여의 긴박한 검거작전 끝에 ‘월척’ 신창원을 붙잡는 뜻밖의 성과를 올렸다.

신창원은 자신의 동거녀와 그녀가 키우던 애완견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에 권총을 겨눈 경찰관 체포조에게 길고 긴 도피에 지쳐 자포자기한 듯 자신이 신창원이라는 사실을 자백하고 수갑을 채울 손목을 순순히 내밀었다.

1997년 1월 20일 탈옥한 뒤 전국을 누비던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이 2년6개월여의 장기간 도피생활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그같은 검거작전의 공로로 당시 김진희 과장은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6명은 1계급 특진을 했다.

또 결정적 제보를 한 김 경장은 태권도 공인2단 출신이라는 경력 등으로 경찰에 특채, 동부경찰서로 배치돼 ‘민중의 지팡이’로서 광주동부경찰서에서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무기수로 탈옥했다가 검거된 이후 22년6개월의 형이 추가된 신창원이 교도소에 여전히 수감중인 가운데 전남경찰청 수사2계장 등 주요보직을 거쳐 2005년 승진한 김진희 총경이 순천경찰서장, 전남경찰청 홍보담당관을 거쳐 동부경찰서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신창원 검거의 주역이었던 두사람이 각별한 인연으로 재회하게 된 것이다.

전남 장흥출신으로 1976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김 서장은 “신창원을 검거할 당시 첫 대면한 김 경장과 동부경찰서에서 함께 근무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김 경장이 베테랑 형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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