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사들 "유아 성폭력, 정상적인 발달과정아냐...박능후 장관 사죄해야"

기사승인 2019-12-04 10: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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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사들

어린이집 성범죄 사건에 대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안일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병원 의사들은 박 장관에 국민 앞에 사죄하고,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5세 남아가 또래를 상대로 행한 이번 성폭행은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 의사들의 견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4일 성명을 내고 “미취학 아동을 포함한 미성년자 성범죄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대책 없이 안일한 인식만을 드러낸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박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남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만 5세 남아가 동갑내기 여아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과 대책을 묻는 질문에 "(유아 성폭행은) 어른들이 보는 관점에서 보면 안 되고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일 수 있는데, 과도하게 표출됐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며 "사실 확인 이후 전문가들 의견을 더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 장관의 발언에 병원의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병의협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해당 사건의 근본 문제점을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마땅한 대책도 없다는 사실을 드러냈다”며 “박능후 장관의 발언은 피해자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문제 이외에도, 해당 사건의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의 무능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에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유아 성폭행 사건이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 아니라고도 꼬집었다. 병의협은 “정상적인 유아기의 아동 성 의식의 발달은 문헌에 의하면 만 5세부터는 성 항상성을 통해 타인의 다른 성에 대해서도 구분을 하고, 이를 인정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런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서 이성 간의 차이점을 깨달아가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이성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해당 사건에서 가해 아동이 취했던 행동은 이런 정상적인 발달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해당 사건의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사건이 왜 발생하였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어떠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를 국민 앞에 발표했어야 한다. 그러나 박능후 장관은 해당 사건의 가해 아동의 행동이 정상적인 발달 과정 중에도 나타날 수 있는 행동인 것처럼 표현하면서 피해 아동과 그 가족들에 큰 상처를 남겼으며,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어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복지부의 사과문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박능후 장관은 경솔한 발언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하지 않고, 보건복지부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서 사과문을 배포했다. 해당 보도자료에는 '이번 사건은 장관의 견해가 아닌, 아동의 발달에 대한 전문가의 일반적 의견을 인용한 것'이라는 무책임한 해명이 담겨 있었다. 누가 썼는지 알 수도 없고,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사과문을 가지고 사과의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병의협은 “최근 아동 및 청소년 성폭력 및 성병이 증가 추세다. 더 이상 아동 및 청소년 성범죄 문제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정부는 미취학 및 미성년자의 성 발달과 성폭행, 성병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대책을 마련하고,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미취학 아동을 포함한 미성년자 성범죄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대책 없이 안일한 인식만을 드러낸 보건복지부 장관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정부는 박능후 장관의 문책과 함께 아동 및 청소년 성범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바”라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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