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유발’ HTLV 감염 혈액 유통…허술한 혈액 관리 논란

기사승인 2009-02-24 2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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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유발’ HTLV 감염 혈액 유통…허술한 혈액 관리 논란


[쿠키 사회] 성인 백혈병을 유발하는 인체 T세포 영양성(HTL)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부 혈액이 언제, 누구에게 수혈됐다는 기록조차 없이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출고 정보가 없으면 감염 혈액을 수혈한 사람을 추적하는 게 불가능해 헌혈을 통해 다른 감염자를 양산할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HTL 바이러스 감염 혈액 164건 중 13건의 출고 정보가 없다고 24일 밝혔다. 적십자사는 2007년 12월3일부터 2개월 동안 헌혈한 35만3001명을 대상으로 HTL 바이러스 검사를 시범 실시했다. 이 때 양성 반응을 보인 34명의 과거 헌혈 기록을 역추적해 적혈구과 혈소판 등 제제된 감염 혈액 164건을 찾았다. 적십자는 이 중 151건에 대해 출고 정보를 토대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34명 중 4명이 헌혈한 혈액 13건은 아예 기록없이 유통됐다. A씨의 경우 시범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기 전 47차례 헌혈했다. 이 혈액은 적혈구 등으로 성분 분리돼 23건이 출고됐는데 16건만 언제, 무엇을 수혈했는지 기록이 있고 7건은 출고 정보가 없다.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2003년 혈액정보 통합 전산망(BIMS)이 도입되기 전에는 헌혈·수혈자를 도스 프로그램으로 관리해 누락된 정보가 있을 수 있다"며 "현재로선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적십자사는 HTL 바이러스 시범 검사를 실시해 위험성을 파악했지만 아직 이를 헌혈 검사항목에 도입하지 않고 있다. 감염된 혈액을 수혈받은 사람이 헌혈을 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위해서라도 검사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적십자사는 헌혈 검사 항목에 포함하려면 혈액수가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지난 17일부터 적십자사 감사에 착수했다.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았던 예산 전용을 감사하면서 HTL 바이러스 검사 전면 도입이 왜 늦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HTL 바이러스 란?

신경질환, 성인 백혈병, 척수병증 등을 일으킨다. 모유 수유를 통해 감염자인 어머니에게서 수직 감염될 수 있고, 성관계나 수혈로도 전염된다. 수혈에 따른 감염률은 30%, 발병률은 2∼8%다. 드물게 20∼30년 잠복기를 거치기도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권지혜 기자, 사진=강민석 기자
ahjin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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