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약자에 강한 코로나” 백화점 ‘북적’, 남대문 ‘썰렁’…늦여름 잔혹사

한전진 / 기사승인 : 2020-08-20 05: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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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재확산 장기화 가능성 커…선제적 대책 고려해야 할 시점”

코로나19 재확산과 늦더위에 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지하 1층 푸드마켓. 다수의 손님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쿠키뉴스] 글·사진 한전진 기자 = # 19일 낮 12시께 서울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전문식당가. 직장인부터 인근 주민들까지 점심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한 식당에선 세 팀이나 대기하고 있을 정도였고, 바로 앞 카페는 이미 자리를 잡기 힘들 만큼 인파가 차 있었다. 2층 여성 캐주얼 관에서는 옷들을 살펴보고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다수의 중년 여성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 비슷한 시각 바로 앞 남대문시장 먹자골목. 왕만두, 칼국수 등 맛집으로 소문나 평소 줄이 늘어서던 곳들도 이번에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의류와 잡화점이 모인 골목은 더 조용했다. 몇몇 상인들은 TV뉴스를 걱정스레 응시하고 있었고, 일부 점포들은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맞이할 손님이 없는 상인들은 마스크를 낀 채 몇몇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첫날. 현장 유통가의 상황은 엇갈렸다. 대형유통시설인 백화점은 푸드코트, 식품관 등에 여전히 사람들이 몰렸지만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은 북적거렸을 법한 식당, 유명 상점가도 휑했다. 마스크를 여미며 거리를 가로질러 지나가는 시민들만 있을 뿐, 가게에 들려 물건을 구입하는 손님은 거의 전무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백화점에선 유모차를 끌고나온 부부도 여럿 목격할 만큼, 이전과 비교해 큰 분위기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백화점 업계는 지난 봄 코로나19 국내 확산 초기 확진자 방문으로 임시 휴점을 진행하는 등 연일 홍역을 치러왔다. 업계는 이후 열 감지 센서를 설치하고, 실내 온도 조절과 마스크 미착용 손님을 입구부터 걸러내는 등 대책마련을 거듭해왔다. 

남대문 시장은 이달 초 '케네디 상가' 확진자 발생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방역 대책이 잘 돼있고, 시원한 내부 탓에 백화점 매장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이에 ‘백화점은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이 최근 자리 잡힌 영향이 큰 듯 했다. 휴가차 아내와 백화점을 들렀다는 30대 신혼부부 A씨는 “더운 날씨에 휴가기간 마땅히 갈 곳도 없어 백화점에 들렀다”면서 “개인적으로도 꼭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있고, 백화점에서도 방역 대책을 강화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백화점 업계는 지난 14일 세 자릿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도 황금연휴 특수와 맞물려 전년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8월 셋째 주 같은 요일 대비 모두 10% 안팎으로 늘었다. 물론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 하고 있는 만큼, 백화점에도 영향이 없는 건 아니라고 현장 직원은 전했다. 

신세계백화점 지하 1층 푸드마켓에서 만난 직원 B씨는 “손님들이 많아 보이는 듯해도 평소에 비하면 3분의1 정도로 감소한 것”이라며 “지난 확산때처럼 손님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이번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코앞의 남대문시장은 이미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늦더위에 사람들이 더 찾지 않는데다, 코로나19까지 엎친데 덮친격이 된 것이다.

지난달에는 역대 최장 장마에 제대로 장사를 이어가지도 못했다. 게다가 이달 초에는 남대문 시장 ‘케네디 상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그 여파가 잔존하고 있다. 상인들은 ‘코로나’라는 단어만 나와도 손사래를 쳤다. 상인들은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라진 데다, 주 고객이던 고령층 손님까지 이젠 잘 외출하지 않으니 그 어느 곳보다 코로나 피해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첫날 남대문 시장의 모습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백화점에는 휴가차 방문한 손님도 많았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신혼부부와 유모차를 끌고 이들도 목격했다. 
전통시장 특성상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더운 날씨 외부에선 마스크를 계속 끼고 있는 것조차 힘들다. 열 감지기 설치 등의 방역 대책은 영세 상인들에게 더더욱 요원한 일이다. 

시장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이끌던 재난지원금도 다 소진돼 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착한 임대인 운동으로 일부 인하됐던 임대료도 이미 약속기간이 끝난 지 오래다. 갈치골목에서 만난 60대 상인 C씨는 “(코로나가) 다 끝나가나 했더니, 또 다시 시작 된 것만 같아 걱정”이라며 “이제 기댈 수 있는 것은 대출 밖에 더 있겠나”라고 고개를 저었다.  

코로나19가 약자부터 공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는 2차 재확산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선제적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2차 3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그 효과를 고려해 규모, 시기, 지급 대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전 교수는 “재원 마련이 관건인데, '한시 목적세'를 소득이 아닌 자산에 부과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 다수 보유자 등 많은 자산을 가진 이들이 해당 될 수 있도록 재산세와 종부세를 한시적으로 올리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