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사랑병원, 차세대 개인맞춤 3D인공관절 수술 1만500례 돌파

연세사랑병원, 차세대 개인맞춤 3D인공관절 수술 1만500례 돌파

기사승인 2020-09-03 09: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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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사랑병원, 차세대 개인맞춤 3D인공관절 수술 1만500례 돌파

#‘기술’과 ‘경험’의 하모니… ‘10,500례’ 넘은 ‘3D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쿠키뉴스] 이기수 기자 = “모든 사람은 시간 앞에서 평등하다.” 미국 작가 지그 지글러 (Zig Ziglar, Hilary Hinton Ziglar)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실제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노화과정’을 밟게 된다. 나이가 들 수록 신체는 점차 퇴행되는데, 무릎 관절에서 발생하는 ‘퇴행성관절염’이 대표적이다. 

증상이 말기까지 진행되면 무릎 연골이 닳아 뼈끼리 마찰하며 염증이 생기고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이때는 약물치료나 주사요법뿐 아니라 물리치료 등으로도 호전되지 않는다. 결국 최후의 보루인 ‘인공관절 치환술’ 카드를 꺼내야 한다. 망가진 관절 대신, 그 자리에 새로운 관절을 이식하는 것이 바로 ‘인공관절 치환술’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3일 “의술의 진화와 첨단기술의 접목은 인공관절 수술의 발전과 다양화에 기여했다. 그만큼 환자 입장에선 자신에게 적합한 수술법을 찾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연세사랑병원, 차세대 개인맞춤 3D인공관절 수술 1만500례 돌파

#다양해진 인공관절 수술 … ‘가성비(價性比)’ 따져봐야
먼저 컴퓨터를 이용한 ‘네비게이션’ 수술법이 있다. 주행 중 목적지를 알려주는 ‘자동차 네비게이션’ 처럼 관절의 절삭위치를 안내하는 적외선 센서를 활용한 방식이다. 고식적 수술법보다 정확도가 됐다. 그러나 센서를 뼈에 고정할 때 골절이나 염증 등이 발생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로보닥’을 활용한 인공관절 수술도 등장했다. 로봇이 의료진을 대신해 관절을 절삭하는 방식이다. 실수가능성을 배제하며 오차 가능성을 줄였다. 하지만 로봇 활용으로 ‘길어진 수술 시간’이나 ‘시스템 오류’, ‘기술적 테크닉 편차’ 등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기존 인공관절 수술보다 비용이 높다. 무릎 한쪽 당 150~200만원 가량의 1회성(소모성)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3D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PSI(Patient Specific Instrument)’라는 ‘환자 맞춤형 수술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무릎 형태와 하지정렬(고관절·무릎·발목을 잇는 축이 일직선을 이뤄 올곧은 상태)이 정확히 계산된 수술도구를 활용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30분)내에 완성도 높은 수술이 가능하다. 

고 병원장은 “환자의 무릎에 맞게 설계된 ‘PSI’를 활용하면 수술과정이 대폭 축소돼 빠르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며 “절개 및 절삭 부위를 최소화시켜 합병증의 위험이 적고 회복이 빨라 수술 후 만족도가 높고 예후도 좋은 편”이라고 했다. 이어 “맞춤 치료를 위한  특수 MRI 촬영비는 병원 측에서 모두 지원한다. 최신 의료의 혜택이 환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본원의 진료 철학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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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업도 런칭 포기… ‘뚝심’으로 ‘국내화’ 성공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사실 2010년 미국·북유럽 등에서 먼저 개발돼 시행된 ‘술기’다. 수술 후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 국내까지 알려지며 2013년 9월 연세사랑병원이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그러나 당시까진 국내에 PSI 관련 원천기술이 없어 해외를 경유한 치료가 필요했다. 수술을 위해 PSI를 발주하면 완성품이 배송되는데 까지 6~7주가 걸렸다. 심지어 제작비용도 비쌌다. ‘3D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의 국내 런칭을 준비하던 해외기업이 조기 철수했던 이유도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세사랑병원은 달랐다. 3D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의 국내화를 위해 2012년부터 2년간 차분히 연구에 몰두했고, 기존 모델보다 ‘개선된’ PSI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환자의 관절을 확실히 감싸는 굴곡형의 ‘브릿지’ 구조를 추가해 하지 정렬 축의 정확한 각도를 측정하는 기능도 더했다. 제작 기간도 2주 이내에 가능하다.

해당 의료기관서 국내화에 성공한 PSI 설계 기술은 ‘브릿지 구조를 포함하는 인공 무릎관절 환자 맞춤형 수술 가이드 및 이를 제작하는 방법’(특허 제10-1675581호)과 ‘정렬 로드를 포함하는 인공 무릎관절 환자 맞춤형 수술 가이드 및 이를 제작하는 방법’(특허 제10-1675584호) 등 2건의 특허로 2016년에 등록된 상태다. 

고 병원장은 “시행 초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의 3D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국내 주요 대학병원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임상연구를 진행할 정도로 검증이 완료된 수술법”이라며, “본원에선 인공관절 치환술 중 약 90%가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로 진행할 만큼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수술 누적 건수, 7년 만에 ‘1만500례’ 돌파
3D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1000례 이상 진행한 병원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그런데 연세사랑병원의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누적 건수는 7년만에 약 1만 500례를 돌파했다. 이례적인 수치다.

임상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고 병원장 연구팀이 지난해까지 발표한 인공관절 수술 관련 임상연구 논문만도 70여 편에 이를 정도. 이 중 다수 논문이 세계적 학술지에 실리며 해외강연 ‘러브콜’도 줄지어 쇄도하고 있다.

개인맞춤형 3D인공관절이 이렇게 각광을 받게 된 비결은 다름아닌 ‘PSI 활용’에 있다. 맞춤 수술도구를 활용함으로써 의료진의 숙련도와 관계없이 일관된 수술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다음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먼저 수술 1~2주 전 무릎 MRI 검사를 통해 무릎관절의 모양·크기 등 구조를 측정한다. 그리고 3D 시뮬레이션으로 가상 수술을 집도해 인공관절을 어디에 어느 각도로 넣을지를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환자 개인의 맞춤형 수술 도구를 3D프린터로 전송해 출력한다. 완성된 출력물 즉, 관절 절삭 부위를 알려주는 ‘PSI(Patient Specific Instrument)’라는 절삭유도장치다. 수술 시 손상된 관절 부위에 PSI를 끼우고 망가진 관절을 잘라내면 인공관절이 정확한 자리에 이식된다. 

실제 이 병원이 발표한 임상논문에 따르면,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환자 170명을 대상으로 수술 방식에 따라 하지 정렬 축이 3도를 초과한 비율을 비교했고, 그 결과 기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그룹(100명)은 26%가 3도를 초과했지만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그룹(70명)은 이 비율이 5.7%에 불과했다. 

고 병원장은 “하지 정렬 축이 3도만 벗어나도 무릎에 체중 부하가 골고루 분산되지 못해 인공관절의 한쪽이 계속 닳아 결국 인공관절의 수명을 떨어뜨리고 재수술 가능성을 높인다”며, “PSI를 활용한 3D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하지 정렬의 정확도가 높아 인공연골의 수명 연장도 기대할 수 있는데다 3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마칠 수 있어 감염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세사랑병원, 차세대 개인맞춤 3D인공관절 수술 1만500례 돌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단계 도약을 준비 중
3D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법 도입과 PSI 연구개발(R&D)의 선봉장 역할을 해낸 고 병원장은 인공관 ‘넥스트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4세대 인공관절 치환술을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는 그다. 이를 위해 ‘환자 맞춤형 인공관절’을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공동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이미 3년간 연구가 진행된 상태다. 해외서 먼저 개발된 ‘환자 맞춤형 인공관절’의 단점까지 개선시켰다고 한다. 

고 병원장과 한국 생산기술연구원 정경환 박사팀이 개발 중인 ‘환자 맞춤형 인공관절 모델’과 미국에서 개발된 ‘환자 맞춤형 인공관절’의 ‘마모 테스트(Experimental Wear Test)’를 1년간 시행한 결과, 국내 모델이 마모가 적었다. 이는 세계적 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Medicine’(Impact factor 5.7)을 통해 발표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상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을 수술에 적용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집도 시 AR 고글을 착용하기만 해도 의사의 눈에 수술 부위가 보이는 방식이다. 줄기세포 기술력을 연골에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고 병원장은 "물론 병원의 외형을 키우고 성장하는 데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본원은 그 비용을 아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병원은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사로서의 소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환자의 만족도 향상을 위한 의료기술 연구개발(R&D)은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lgis@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