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꿈도 못꿔요” 늘어나는 캥거루족

김희란 / 기사승인 : 2020-09-29 15: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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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김희란 인턴기자 =자립할 나이가 됐음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캥거루족은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젊은이를 일컫는 용어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성인남녀 406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캥거루족은 취업난과 불경기 등으로 당연한 현상’이라고 답했다. 스스로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32.1%로 적지 않았다.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원인으로는 취업난이 꼽힌다. 졸업 후 바로 취업이 어려워 독립 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김모(24·여)씨는 “대학 졸업하자마자 독립을 한다는 건 부자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후 취업 공고가 눈에 띄게 줄어 경쟁률이 치열하다”면서 “지원서를 쓰는 족족 서류전형부터 탈락해 필요한 스펙을 더 갖추려고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학원비 등 비용이 상당해 부모님의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졸업 후 고시를 준비 중인 고모(24·여)씨는 “고시 공부를 하는 데에는 인강비, 교재비, 독서실비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생활비에 보탤 정도지 서울에 집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시 준비기간과 취업 후 자리잡기까지 기간을 생각하면 향후 몇 년간은 독립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취업을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공행진 중인 집값 등으로 인해 독립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청년주택에서 가장 작은 14.35㎡ 넓이의 방은 월 임대료 30만 원에 보증금은 4500만 원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모(31)씨는 “서울에 위치한 학교 근처에 월세방만 해도 월 50만원은 기본”이라면서 “월세가 싼 청년주택 등을 알아봤지만 서울에 몇 개 없을뿐더러 위치도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청년주택의 보증금만 해도 몇 천만 원인데 사회초년생이 마련하기는 힘든 돈이다”라며 “굳이 힘들게 나와 살 이유가 없어 그냥 집에서 통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역시 캥거루족 확산의 원인으로 ‘취업난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꼽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기 힘든 데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지 못한 청년들이 많은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녀를 많이 낳았던 과거에 비해 요즘은 한 자녀 혹은 두 자녀 가정이 많기 때문에 부모의 지원이 많다”면서 “자녀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부모가 자녀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서도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청년들이 성인이 된다면 독립적인 사회적 기반을 갖춰야 사회를 이끌어가는 세대가 원활하게 교체될 수 있다”면서 “독립이 늦어진다면 사회의 세대간 신진대사가 막혀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heeran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