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줌을 타고” 코로나 시대의 연애법

기사승인 2020-12-29 06: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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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줌을 타고” 코로나 시대의 연애법
▲그래픽=이미애 디자이너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 “영화 <어바웃 타임> 주인공 같은 만남을 꿈꾸시나요. 줌에서 먼저 만나보세요”

지난 19일 한 영화 관련 커뮤니티는 남녀 1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소개팅을 열었다. 영화 <어바웃 타임> 주인공이 어둠 속에서 상대를 처음 만난 ‘블라인드 소개팅’이 화상 대화 서비스 ‘Zoom’(줌)을 통해 이뤄졌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주최자가 전달한 회의실 주소를 타고 익명의 청춘들이 하나 둘 회의실에 입장했다. 얼굴은 보이지 않고 음성만 나오도록 화면을 끈 채 입장한 이들은 이성 3명과 대화를 나눴다. 진행 시간은 1시간 남짓. 호감가는 상대가 있다면 주최자에 이를 알리면 된다. 이날 소개팅에서는 7쌍이 탄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젊은층 사이에서 비대면 데이트가 활성화되고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러운 만남도, 소개팅을 통한 만남도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2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08명 늘었다고 밝혔다. 전날(970명)보다 162명 줄어들며 이틀 연속 1000명 아래를 유지했다. 그러나 뚜렷한 감소세가 보이지 않고 있어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방역당국 판단이다. 이에 중대본은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와 비수도권 2단계 조치 종료를 하루 앞둔 27일, 이같은 조치를 오는 1월3일까지 6일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사랑은 줌을 타고” 코로나 시대의 연애법
▲사진= 지난 16일 오후 9시가 넘어서자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태현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새로운 인연을 찾지 못한 젊은층의 외로움은 깊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수개월째 대면 모임과 불필요한 외출, 이동 자제를 요청해왔다.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소개팅과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장소들이 운영 시간이 단축되거나 문을 닫은 것도 타격을 줬다. 2단계에서는 좌석 사이 거리를 두는 조건으로 영업했던 영화관은 2.5단계 격상으로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운영이 중단됐다. 놀이공원, 워터파크 등 다중이용시설도 마찬가지다. 식당은 밤 9시 이후 포장, 배달만 가능하고 카페는 영업시간 전체 포장, 배달만 허용 중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 10월28일부터 이틀간 미혼남녀 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반수 이상인 53%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이성과의 만남 성사 자체가 힘들어졌다”고 답했다.

“사랑은 줌을 타고” 코로나 시대의 연애법
▲사진=줌 데이트 진행 예시와 지난 24일 열린 소개팅 한 참가자의 모습. ‘넷플연가’ SNS 캡쳐

연말 모임까지 줄줄이 취소되자 비대면 만남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6)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성과의 만남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줌 소개팅을 최근에 알게 됐는데 관심이 많다. 지금 이 시기에만 가능한 소개팅이라 시간이 지나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례로 오프라인 기반의 영화 동호회 ‘넷플연가’는 연말을 맞아 비대면 데이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줌 소개팅이 진행됐다. ‘가면무도회’라는 주제에 따라 참가자들은 가면과 알콜 음료를 각자 준비해 이성과의 대화를 즐겼다.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이성에게 손편지를 보내는 ‘러브레터’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열흘 만에 200여명이 참가를 신청했다. 참가자는 “코로나19로 모든 게 막막한데 편지를 주고받았던 순간들이 참 따뜻했다” “거리두기로 누군가를 만나기 힘든 요즘 좋은 이벤트를 기획해줘 고맙다”는 후기를 남겼다.

당초 일회성으로 시작했지만 대기자가 생기는 등 열기가 뜨겁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넷플연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영화 같은 만남을 집에서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획하게 됐다”면서 “연초 모임을 포함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모임을 준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사랑은 줌을 타고” 코로나 시대의 연애법
▲사진= 지난 12일 오산시가 미혼남녀 37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랑(愛) 롤러코스터’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오산시 제공

지자체가 직접 비대면 소개팅에 나선 곳도 있다. 오산시는 지난 12일 약 2시간 동안 관내 미혼 남녀 37명을 대상으로 ‘사랑(愛) 롤러코스터’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대면으로 진행해왔던 행사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 O,X 퀴즈 맞추기 △ 노래제목 맞추기 △ 사랑의 짝대기 등이 진행됐고 8커플이 매칭됐다.

오산시 가족보육과 관계자는 “작은 계기라도 마련되면 대면 만남으로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행사를 열었다”면서 “평균 만족도가 5점 만점에서 4점 이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인연을 만나기가 어렵다면서 이번 행사가 대면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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