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 남편 반찬 준비하라’ 서울시 제공 정보, 의학회 감수 원고에 없었다

기사승인 2021-01-07 03: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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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전 남편 반찬 준비하라’ 서울시 제공 정보, 의학회 감수 원고에 없었다
▲이미지=서울시임신출산준비센터 홈페이지 캡처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서울시임신출산준비센터 홈페이지가 제공한 성차별적 정보들이 대한산부인과학회 감수 당시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임신출산준비센터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된 임신·출산 관련 정보가 성차별적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가 된 정보는 출산을 앞둔 임산부는 집에 남은 가족들이 먹을 밑반찬과 남편이 사용할 속옷, 생필품 등을 미리 준비해 두라는 내용이다. 또 결혼전 입던 옷을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고 자극을 받으라는 내용, ‘지저분해 보이는 머리를 그나마 라도 차분히 보이기 위해’ 머리띠를 준비하라는 내용 등도 담겨 공분을 샀다. 이 내용들은 현재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
 
홈페이지는 해당 정보가 대한산부인과학회의 감수를 받았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학회는 당초 감수를 의뢰받은 원고에는 최근 논란이 된 내용들이 없었다고 6일 밝혔다. 학회 측에 따르면 인구보건복지협회 측에서 서울시임신출산준비센터에 게재할 내용이라며 200페이지 가량의 원고를 보내 감수를 요청했다. 학회 측은 소속 교수 2명을 위원으로 위촉해 감수를 마쳤으며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학회 이사장인 이필량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학회에 보내준 원고를 어제 다시 살펴봤다”며 “출산 전 남편의 반찬과 속옷을 준비해 두라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이야기는 공적인 자리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구시대적 내용이다”라며 “여성회원이 과반인 우리 학회에서 그런 내용을 지적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감수가 끝난 원고에 어떻게 논란의 내용이 섞여 들어갔는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과거에 협회가 제공했던 정보를 서울시임신출산준비센터가 최근까지 제공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내용들은 개정 전 정보에 담겼던 것이며, 감수가 끝난 뒤에 협회가 임의로 추가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을 통해 임신·출산·육아 정보를 제공한다. 정보는 해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의 감수를 거쳐 변경·개정된다. 서울시임신출산준비센터 홈페이지도 해당 정보를 그대로 가져와 활용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임신출산준비센터에 올린 내용은 2018년 이전에 작성된 원고로 파악된다”며 “협회는 매년 학회의 감수를 거쳐 시대착오적인 내용을 삭제하고, 최신 정보를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수가 끝난 뒤 협회가 임의로 원고를 편집했다는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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