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발목 잡힌 최혁용 회장, 연임 실패

노상우 / 기사승인 : 2021-03-06 05: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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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구도에서 홍주의-황병천 후보 66.89% 획득해 당선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연임에 실패했다.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대한한의사협회 선거에서 최혁용 현 회장이 홍주의 후보에게 밀려났다. 한의계 내부에서는 첩약급여화시범사업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한의협 선거관리위원회는 총 유효투표 수 1만4736표 중 9857표(득표율 66.89%)를 획득한 기호 2번 홍주의-황병천 후보가 제44대 한의협 회장과 수석부회장 당선인으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기호 1번인 최혁용-방대건 후보는 4879표(득표율 33.11%)에 그쳤다.

최 회장은 임기 동안 ▲추나요법 급여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코로나19 한의진료센터 운영 ▲한의사 왕진 수가 등 한의계 내 여러 정책적인 성공을 이끌어냈지만, 이번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연임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의 무리한 추진을 꼽는 이들이 많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안면신경마비·월경통·65세 이상 뇌혈관질환 후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가는 첩약심층변증방제기술료 3만2490원, 약재비 3만2620원~6만3610원, 조제탕전료(한의원 4만1510원·(한)약국, 공동이용탕전 3만380원) 등으로 9만5490원~13만7610원으로 이중 50%인 4만7745원~6만8805원 수준이 본인 부담금이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서 한의사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에 한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는데, 답변자 중 90%에 가까운 인원이 불만족을 표시했다. 시범사업의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86.99%가 동의했다. 수가에 대한 불만도 컸다. 설문조사에서 84.1%가 수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한 한의계 관계자는 “최혁용 회장이 정책과 관련해 하고 싶은 게 많았다. 하지만, 첩약과 관련해서는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며 “반면, 홍주의 후보가 ‘첩약 급여화 전면 재협상’이라는 공약을 잘 내세워 당선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홍 당선인의 공약인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의 전면 재협상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지금 첩약 시범사업은 6개월마다 조정하게 돼 있다. 이미 한의협의 일이 아니라 국가의 일이다. 물론 손해를 보는 한의사들도 있지만, 확대시켜야 한다. 과정이 복잡한 불편함에 대해서도 꾸준히 개선해나가면 긍정적으로 돌아올 것. 폐기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홍 당선인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의협에서 집행부가 바뀌면 기존에 하던 사업을 다 바꾸곤 했는데, 홍 당선인은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회원과 좀 더 친화적으로 다가갈 수 있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잘 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 대해 “여러 명이 나온 게 아니고 양자구도였다. 한 분은 현 회장, 한 분은 그만두긴 했지만, 직전 최대지부 회장이라 가늠하기 어려웠다”며 “선택한 회원이 어떤 것에 중점을 뒀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당선인의 선거 공약을 보고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홍주의 회장-황병천 수석부회장 당선인. 사진=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황병천 수석부회장 당선인은 ▲회원중심 회무 ▲거짓없는 회무 ▲효율적인 회무 등 ‘3대 원칙’과 ▲첩약 건보! 한의사 중심 전면 재협상 ▲현대진단기기 사용권 확보 및 제도 개혁 ▲ICT 텐스/약침 급여화 ▲의약분업(제제, 첩약) 저지 ▲한척위(한의약 폄훼 척결 특별위원회) 설치 ▲돌팔이 단속 전담부서 설치 등 ‘6대 공약’을 약속했다.


이중 한척위, 돌팔이 단속 전담부서 설치는 보통 지역 한의사회에 있던 기구를 중앙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대한의사협회에서 운영 중인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와 ‘사이비의료신고센터’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의협과 한의협 사이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홍주의 회장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재협상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 모든 공약을 반드시 100% 이뤄낸다는 각오로 회무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주의 회장, 황병천 수석부회장 당선인은 이의신청 기간을 거쳐 한의협 제44대 회장과 수석부회장으로 확정되며, 임기는 오는 2021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3년이다.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