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저평가, 기업오너 과도한 경영권이 문제[알경]

유수환 / 기사승인 : 2021-12-08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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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경]은 기존 '알기쉬운 경제'의 줄임말입니다.
어려운 경제 용어 풀이뿐만 아니라
뒷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전하고자 합니다.

주가/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주식투자에 관심 있는 분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겁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기업의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원인을 찾을 때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국내에 본사를 둔 기업의 실제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EPS(주당순이익) 기준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10.3배(추정치)에 불과합니다. 이는 미국과 일본, 영국 등 23개 선진국 대표지수의 PER 30.4배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PER은 주식 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의 수익성 지표를 말합니다.

혹자는 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 원인을 ‘분단체제’에서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 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은 주주가치에 무관심한 지배주주(오너 일가)의 전횡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 지배주주(오너 일가)의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일반 주주의 이익을 편취하고 있다는 것이죠.

얼마 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광주신세계 지분 매각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9월 공시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광주신세계 지분 52.08%를 신세계에 매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같은 공시가 발표되자 광주신세계 주가는 15%까지 급락했습니다.

정 부회장이 지분 가치에 약 20%(400억원)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2300억원을 거머쥔 것과는 반대로 소액주주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된 것입니다. 이번 매각으로 정 부회장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받은 이마트 지분 8.22%에 대한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반면 소액주주는 오너 일가의 (자금조달을) 위한 ‘장기판의 졸’로 전락했습니다. 

한샘의 지분 매각도 비슷한 사례로 꼽힙니다. 한샘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자는 지분 37.8%를 약 1조4500억원에 사모펀드(IMM PE)와 롯데에 매각했습니다. 당시 한샘의 시가총액이 약 2조6800억원이엇던 것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 4000억원을 더 받고 매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매각 이슈로 주가가 흔들리자 매도 시점을 놓친 개인들만 손해를 봤습니다. 

지배주주의 이 같은 이익 편취는 중소기업(상장사 기준)에서 더욱 심합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 2009년에서 2017년까지 20% 이상의 지분 매매 사례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실제 주당 거래가액과 주가의 차이)을 분석한 결과 인수기업이 중소기업인 경우 43∼55%, 피인수기업이 중소기업인 경우 37∼50%, 인수·피인수 기업이 모두 중소기업인 경우 52∼66%에 달했습니다.

때문에 1990년 후반 폐지된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특정 회사의 주식을 매수할 경우 잔여주식 전부를 공정한 가격에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매수, 청약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대주주가 아닌 3자가 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상장기업 주식을 25% 이상 매수하려면 잔여 주식 50% 이상을 공정한 가격에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입니다. 이 제도는 영국과 EU(유럽연합) 등 다수의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재도입되면 불특정 다수에게 주식이 거래돼 소수 주주도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습니다.

주주가치를 위해 상법개정안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경북대학교 이상훈 로스쿨 교수가 꾸준히 주장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현재 상법 382조 3항에는 ‘이사는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법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상법상 이사의 선관의무 조항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보호’ 내용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만약 이 법안이 적용됐다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주주가치 훼손(구 삼성물산 주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지배주주 책임 때문은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높은 상속·증여세는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높은 상속세(증여세) 때문에 일부 지배주주들은 주가 상승을 반기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감몰아주기 같은 꼼수가 벌어지는 것도 바로 우회적인 상속을 위한 행위이기도 합니다. 실제 CJ그룹, SPC그룹 오너 일가는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증여를 추진했습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강성부 대표는 자신의 저서 ‘좋은기업 나쁜주식, 이상한 대주주’에서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율은 최대주주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 과세를 감안한다면 최고 60%에 이른다”며 “다른 상속 재산이 없어 상속 받는 지분을 물납한다는 가정하에 창업주 자녀의 손에 들어오는 지분은 40%다. 이렇게 되면 경영권과 소유권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너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면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주식시장은 냉정합니다. 여러 가지 악재로 손실이 났다고 해서 하소연하기도 어렵습니다. 때문에 주식투자를 위해 기업을 고를 때는 경영자(혹은 오너 일가)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특정 지배주주가 회사의 혁신 보다는 자신의 보신이나 챙기고, SNS(소설네트워크서비스)에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킨다면 그 기업은 아무리 좋다고 해도 투자 가치는 떨어집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