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 한 달…논란의 S존은 어땠나

기사승인 2022-05-10 0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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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 한 달…논란의 S존은 어땠나
올해 스프링캠프 때 직접 타석에서 바뀐 스트라이크존을 경험해보는 심판들.   연합뉴스

이게 스트라이크야? 볼이야?

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큰 화제는 스트라이크존이다. KBO는 올 시즌 리그 경기력 향상을 꾀하기 위해 스트라이크존을 야구 규칙에 따라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그간 ‘타고투저(투수보다 타자가 강세를 보이는)’ 흐름이 강했던 KBO리그는 올 시즌 ‘투고타저’ 색깔이 진해지며 효과를 봤다. 다만 바뀐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심판들의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뒤따르는 등 스트라이크존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얘기도 나온다.

스트라이크존, 왜 바뀌었는가

프로야구에서 ‘타고투저’ 성향이 짙었던 이유로는 좁은 스트라이크존 때문이라는 지적이 따랐다. KBO는 그간 스트라이크존이 지나치게 좁고 타 리그에 비해 엄격해, 투수들에게 불리한 구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5년간 리그 평균자책점은 4.72로 상당히 높았다. 2018년 5.20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은 2019년도에는 4.18로 급하락했지만, 2020년에는 4.78, 2021년에는 4.45로 다시 4점대 중반으로 돌아갔다.

특히 좁은 스트라이크존은 볼넷 횟수도 크게 늘렸다. 2017년도에 4520개였던 볼넷은 2018년에는 4622개, 2019년에는 4749개로 상승하더니, 2020년에는 5314개로 5000개를 넘겼다. 2021년에는 역대 한 시즌 최다 갯수인 5892개가 나왔다.  

타자들이 출루를 위해 볼넷을 기다리는 등 경기 박진감이 떨어지는 문제와 국제무대에서 타자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문제점도 꾸준히 언급됐다. 해마다 스트라이크존을 넓히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시즌을 진행하면서 회귀하는 일이 반복돼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허구연 신임 총장 체제의 KBO는 올 시즌에 앞서 이례적으로 스트라이크존 정상화를 선언했다.

KBO 규정집에 따르면 스트라이크존은 ‘타자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베이스 상공을 말한다’고 돼있다. 이에 맞춰 올 시즌의 스트라이크존은 좌우 폭은 비슷하지만, 위로는 공 하나 정도 더 넓어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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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뛰어난 성적을 기록 중인 김광현.   연합뉴스

수치로 보는 S존…타고투저에서 투고타저로

개막 후 한 달이 지난 시점, 스트라이크존 정상화는 KBO의 의중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서 투수들에게는 유리한 환경이, 타자들에게는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즌에 따르면 9일 기준 올 시즌 KBO리그는 158경기가 진행된 가운데 리그 평균자책점은 3.65에 불과하다. 이는 전년도 동일 기간(4.68) 대비 1점 넘게 낮아진 기록이다.

현재 정규이닝을 소화한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4점대 이하인 선수는 무려 21명에 달한다. 1점대 투수는 무려 7명이며,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김광현은 무려 0.47에 불과하다.

스트라이크와 볼 비율도 작년에 비해 투수에게 더욱 유리한 수치가 나타났다. 지난해 스트라이크 비율은 61%(볼 비율 39%)였는데, 올해는 스트라이크 비율이 63.9%(볼 비율 36.1%)로 3% 가까이 올랐다. 9이닝 당 볼넷 비율(BB/9)도 2021년은 4.58, 2022년은 3.29로 확연히 낮아진 모습이었다.

반면 타자들은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올 시즌 타자들의 평균 타율은 0.247로 전년도 동일 기간(0.265)에 비해 약 1푼8리 가까이 떨어졌다. 현재 3할 타자는 총 18명이다. 시즌 초반 한유섬, 최정(이상 SSG 랜더스), 한동희(롯데 자이언츠) 등이 4할 타율을 기록하는 등 극강의 타격감을 보였지만, 점점 꺾이는 모양새다.

특히 KBO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존에 아직까지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다. 올해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외국인 타자 8명 중 3할 타율을 넘긴 타자는 한화 이글스의 마이크 터크먼(0.307) 뿐이다. 대다수가 저조한 기록을 남긴 가운데, LG의 외국인 타자 리오 루이즈(0.171)는 2군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여기에 스트라이크 확대 외에도 공인구 반발계수까지 줄어들어 ‘투고타저’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지난 3월 발표한 반발계수 평균값은 0.4061로 지난 시즌 마지막 기록(0.4108)에 비해 하향 조정됐다. 공인구 반발계수가 줄면서 공이 뻗어나가는 힘이 이전보다 크게 줄어 장타도 실종됐다. 

다만 4월까지 0.243로 저조했던 리그 팀타율이 5월에는 0.257로 소폭 상승한 점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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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존에 아쉬워하는 LG 트윈스의 김현수.   연합뉴스

바뀐 S존은 아직 과도기…항의하다 퇴장도

바뀐 스트라이크존은 과도기를 겪고 있다. 선수들도, 심판들도 적응에 애를 먹는 모습이다.

심판들은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을 보기 위해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 때부터 적응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선수들의 불만은 계속 쌓여가고 있는 중이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는 건 괜찮지만, 스트라이크존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주된 반응이다. 선수와 심판의 입장 차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선수와 심판들이 스트라이크존을 두고 갈등을 빚는 장면도 자주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볼 판정으로 항의하다 퇴장한 선수는 4명인데, 올해는 벌써 3명이나 된다.

지난달 5일 키움 히어로즈의 이용규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 삼진을 당했다고 생각해 자신의 배트를 타석에 둔 채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이에 주심은 이용규가 무언의 항의를 했다고 판단해 퇴장을 명했다.

이후 23일에는 LG의 김현수와 삼성의 피렐라가 퇴장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현수는 1대 3으로 뒤진 3회초 무사 1루 상황 때 좌완 선발 아리엘 미란다의 초구 높은 포크볼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곧바로 주심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앞서 1회초 볼넷으로 출루하며 골라낸 5구째 높은 속구와 비슷한 높이의 공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자 납득할 수 없었던 것. 돌아서서 주심에게 지속적인 어필을 멈추지 않은 김현수는 결국 퇴장 당했다. 

삼성의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는 같은날 열린 롯데전에서 2대 2로 맞선 5회말 삼진 콜에 항의하다가 퇴장 조처됐다. 피렐라는 롯데 선발 글렌 스파크맨의 낮은 직구가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자 김성철 구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했고, 구심은 퇴장을 명령했다. 하루에 2명이 퇴장당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타자들의 불만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2일에는 타자가 심판이 아닌 상대팀 포수에게 항의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NC 다이노스의 손아섭은 3대 4로 뒤진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바깥쪽 높은 변화구가 삼진으로 판정을 받고 아웃되자 구심이 아닌 KT 위즈의 포수 장성우에게 따졌다. 퇴장을 피하고자 간접적으로 항의한 셈이다. 볼넷 출루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NC는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결국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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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김유영의 초구가 볼로 판정됐다.  중계화면 갈무리 화면

이밖에도 지난달 1일에는 롯데의 마무리투수 김유영이 9회말 마무리투수로 올라와 LG 김현수를 상대로 던진 초구가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에 꽂혔음에도 볼이 선언됐다. 김유영은 포수에게 공을 받은 뒤 한참 심판쪽을 응시했다. 중계를 하던 해설진도 당분간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이처럼 선수들이 스트라이크존에 어필하는 모습이 계속 이어지자 허구연 KBO 총재는 지난달 25일 경기 운영위원 전원과 심판팀장 전원을 소집해 스트라이크존의 정상화를 꾸준히 점검하고 갈등의 소지를 줄여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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