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소비가 만든 변화…하림 공장은 지금 [가봤더니① ]

"식품 본질은 자연, 식품 최고 가치는 신선"

기사승인 2022-05-19 0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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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소비가 만든 변화…하림 공장은 지금 [가봤더니① ]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하림 본사에는 '하림의 아침' 동상이 있다. 당초 수탉만 존재했으나, 지난해 암탉과 병아리 여러마리가 추가되었다.  안세진 기자

친환경, 동물복지 등을 생각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닭고기 공급 회사로 이름을 알린 하림이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최근 하림은 ‘신선도’와 ‘동물복지’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닭고기뿐만 아니라 가정간편식(HMR)으로까지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하림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닭고기 하면? 하, 하림!” 

하림하면 떠오르는 CM송이다. 국내 최대 닭고기 납품 회사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하림은 최근 종합식품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기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의 일환이었던 닭고기 관련 제품 생산과,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었던 요식업계 닭고기 납품에 이어 자체 식품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최근 기자는 하림과 하림산업의 육가공·가정간편식(HMR) 공정을 둘러봤다. 하림은 전라북도 익산에 하림푸드 트라이앵글(하림퍼스트키친·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하림푸드)을 조성하고 있다. 5200억원을 투자해 2만709㎡(3만6500평) 부지에 건립한 복합시설이다. 

각 시설은 도계부터 시작해 식품 가공 등까지 연계되어 있다. 모두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어 유통비를 아끼고 신선한 닭고기를 이용해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 도계를 한 뒤 하림푸드 및 퍼스트키친에서 닭고기 관련 제품을 생산해낸다. 

하림푸드에서는 익히 알고 있는 용가리치킨, 치킨너겟 등을 생산하고, 시중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등에 납품하는 닭고기를 가공한다. 또한 퍼스트키친에서는 HMR, 냉동식품, 조미식품, 면류, 즉석밥 등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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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하림 본사 전경. 각 시설은 도계부터 시작해 식품 가공 등까지 연계되어 있다. 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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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온도를 지키기 위한 8도씨 작업장. 하림

도계 24시간 이내 닭고기 사용으로 신선도 ↑

하림이 가진 강점은 ‘신선도’다.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와 퍼스트키친, 하림푸드이 인접해 있다보니 도계(도축한 닭) 24시간 이내의 닭고기를 사용할 수 있다. 농장에서 키운 닭을 신선공장에서 도계해 제품화하고, 육가공 공장에서는 당일 생산된 닭고기를 원재료로 다양한 가공제품을 만들 수 있는 구조다. 

이를 자부하듯 현장에서 만난 하림 관계자는 “하림의 철학은 식품의 본질은 자연에 있으며 식품의 최고가치는 신선함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엔데믹이 시작되면서 일반 소비자들 대상으로도 공장 투어 접수를 받고 있으니 관심 있는 소비자들은 한번쯤 방문해볼 것을 추천한다.

하림에 따르면 하림의 닭고기가 고객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512일이 걸린다. 하림은 해외로부터 원종계를 수입해 종계를 낳게 한다. 이어 이 종계를 다시 번식시켜 소비자가 먹는 육계로 번식시킨다. 소비자 식탁에 오를 수 있게끔 대량생산 구조를 만든 것이다. 육계로 길러진 닭의 도계 방식은 △방혈 △스티뮬레이션 △에어칠링 △포장 후 냉각터널 △콜드체인 등 과정을 거친다. 

하림 관계자는 “전 세계에 원종계를 수출하는 회사가 6개 정도 된다. 하림 역시 이로부터 원종계를 한 해 상하반기에 한 번씩 수입해서 종계와 육계로 번식시킨다”며 “원종계 한 마리가 탄생시키는 육계는 5000여 마리가 되며 육계의 번식 수는 초당 6마리 정도다. 이 과정을 통해 닭고기 대량공급이 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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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과 현재 계약돼 있는 농가는 600여곳이다. 하림은 이들과의 상생경영을 위해 동물복지 설비 지원은 물론, 사육에 문제가 생길 경우 사육비를 탕감해준다든지, 조류인플루엔자 발병 시 보상금을 지원해주는 등 지원을 펼치고 있다.  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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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은 농장에서 도계장까지의 이동부터 도계 과정에 있어서도 동물 복지 가공 방식을 사용한다.  안세진 기자

이동부터 도계 과정 내 스트레스 최소로 

일련의 과정은 ‘동물복지’와도 연관이 되어 있었다. 농장에서 도계장으로 이동할 때부터 어리장이 아닌 전용 노란 운송 상자가 사용된다. 대부분의 도계장에서는 닭의 자립이 힘들게끔 사방이 격자로 만들어진 어리장이 사용된다. 농장에서 도계장으로 옮겨진 닭들은 온도, 습도, 조도가 갖춰진 계류장에서 4시간가량 휴식을 취한다. 휴식을 통해 닭들은 이동과정에서 받게 된 스트레스를 풀게 된다. 

이후 닭을 기절시키는 단계에서도 복지는 계속된다. 보통 도계장에서는 전기 충격으로 닭을 기절시킨다. 대신 하림은 가스를 사용해 닭을 잠들게 한다. 가스스터닝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닭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모세혈관 안의 피까지 깔끔히 배출되게 해 닭고기의 신선도를 향상시킨다. 돌아오는 차 안, 닭을 비롯해 소, 돼지가 인간의 단백질 공급원으로써 기능하는 사회일 수밖에 없다면, 도계 과정에 있어서만큼은 최대한 동물의 복지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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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도계장에서는 전기 충격으로 닭을 기절시킨다. 닭을 거꾸로 매달아 전류가 흐르는 물에 머리를 담그는 방식이다. 하림은 가스를 이용해 기절시키는 가스스터닝 방식을 이용한다. 하림

이후 과정에서는 신선도를 고려해 도계가 이뤄진다. 닭을 도계하면 체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때 균이 증식하지 않는 최적 온도인 2도까지 떨어뜨려야 한다. 여기에도 하림의 공정 방식이 사용된다, 일반 공정에서는 닭을 얼음물에 담가 온도를 떨어뜨리지만(워터칠링), 하림은 차가운 바람을 쏘이는 에어칠링 방식을 사용한다. 닭은 최장 7km의 레일을 200분 동안 돈다.

이렇게 도계된 닭들은 닭고기 그 자체로 치킨 등 프랜차이즈 업체에 납품되도록 공정되거나, 용가리 치킨 등 자체 제품으로 모습을 바꾼다. 하림 관계자는 “익산과 정읍공장에서 각각 2012, 2020년도에 이같은 동물복지 시스템을 설비했다”며 “이같은 공장 설비가 쉬운 일은 아닌 만큼 여전히 하림 외 많은 경쟁사들은 여전히 기존 도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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