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북송’이 만든 탈북민 차별과 편견 [탈북민의 시선] ①

탈북민 “사건 이후 차별과 편견 강화”
“북송 어민 자강도 진술 맞지 않아”

기사승인 2022-08-08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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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어민 북송’이 만든 탈북민 차별과 편견 [탈북민의 시선] ①
탈북어민이 북송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저항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차라리 외국으로 떠나고 싶다”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바라본 한 탈북민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한 말이다. 여야가 진실규명을 외치면서 이 사건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지만 탈북민들의 눈에는 ‘정쟁’으로만 보이는 탓이다. 이번 사건으로 탈북민에 대한 인식도 악화돼 견디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뿐만 아니다. 탈북민의 신상이 공개될 경우 북한에 남겨진 가족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신상공개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탈북민들 사이에서는 전 정부가 탈북민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기도 했다.

‘탈북어민 북송 사건’은 지난 2019년 탈북한 북한 어민 두 명을 북송한 사건이다. 이들은 16명의 선원을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통일부에서 공개한 사진과 동영상 등을 살펴보면 이들은 북송 과정에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넘어지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확인됐다.

결국 사건이 재점화 하면서 전 정부의 국제법 위반 등이 드러나 많은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당시 북송된 탈북민은 3일간의 조사 끝에 5일만에 북송처리가 됐다. 하지만 탈북민들은 평균 3개월 가까이 걸리는 조사가 3일 만에 끝난 것에 의문과 불안함을 표했다.

쿠키뉴스는 지난 22일 탈북민 4명을 만나 그들에게 ‘탈북어민 북송 사건’ 이후의 삶에 대해 물어봤다. 또 탈북민 입장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바라본 탈북민들은 북송 과정에 의문을 표시했다. A씨는 “북송된 2명이 국내 조사에서 ‘자강도’를 언급했지만 북한의 무기를 생산하는 지역이라 평양보다 들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C씨도 “북한은 이동을 위해서 승인번호를 받아야 한다. (자강도는) 평양보다 들어가기 힘든 지역”이라며 “핵을 비롯한 무기가 있는 지역이고 무기를 생산하는 지역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조사시간’에 대한 의문을 표시했다. 탈북민 B씨는 “탈북민이 탈북이후 조사를 받는 기간은 평균 3개월 가까이 걸린다. 어떻게 3일 만에 모든 조사를 끝마쳤는지 모르겠다”며 “실제로 16명을 살해했다면 살해한 내용만을 조사하는 일도 3일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또 16명 살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도 이어갔다. B씨와 C씨는 “2명이 16명을 살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고난의시기(체제가 불안할 경우 시행하는 행군)를 몇 년간 버틴 사람들이 2명한테 모두 살해당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A씨도 “함흥 공설운동장에서 ‘총살’이 이뤄질 때 모두가 이를 기피한다”며 “한 명을 쏠 때마다 술을 지급하면서 취기가 올라오면 쏘라고 한다. 한 사람이 한 자리에서 7~8명을 살해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 이후 탈북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강화됐다고 말을 꺼냈다. A씨는 “북한이 정치권에 언급될 때마다 차별과 편견이 더 강해지고 탈북민이 불안해한다”며 “나도 외국으로 떠나고 싶은 생각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3국으로 탈북한 해외 동포들 사이에서는 대한민국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끌려가지 않겠느냐는 말이 돈다”며 “탈북자가 얼마나 미웠으면 이런 방식으로 북송했느냐”고 소리 높였다.

아울러 “탈북어민 북송 사건에 대한 보도를 확인하면 탈북민을 쓰레기에 비유하는 댓글이 너무도 많다”며 “진상이 밝혀지지 않으면 인식은 더 나빠지게 될 것 같다”고 호소했다.

B씨도 이런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6명 살해보도로 인해 나빠진 인식이 체감된다”며 “탈북민이라는 선입견을 피하기 위해 작은 잘못도 하지 않으려고 식당과 일터 등에서 행동을 철저히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탈북민이 탈북 이후의 생활에서 힘든 점을 조사한 ‘2021년 북한이탈주민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과 떨어진 삶’(29.8%)과 ‘치열한 경쟁’(19.7%), ‘탈북민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편견’(16.5%) 순으로 나타났다. 탈북 이후 생활에서 힘든 이유 3순위에 차별과 편견이 포함됐다.

탈북민들은 탈북민 사회에서 공공연히 도는 소문에 대해서 언급했다. 전 정권이 북한에게 탈북민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는 얘기다. 탈북민들은 자신의 신상이 공개될 경우 북한에 잔류한 가족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전 정권에서 탈북민 신상을 공개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북한에 잔류한 가족이 있는 젊은 사람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탈북민들은 북한에 정보가 넘어갈까봐 신상공개에 예민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서 탈북자 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진과 신상이 공개되면 더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송이 발생해 (탈북민들이) 자신도 끌려갈 거 같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소리 높였다.

아울러 탈북민들은 국가가 보여주고 있지 않은 탈북민의 실상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탈북민들이 차별과 편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정쟁이 아닌 해결로 나아가야 한다. 탈북민이 더욱 차별 없는 환경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범·윤상호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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