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5월에도 ‘해피 뉴이어’...애타는 속사정

이태원 참사 분향소와 얽혀 홍보 현수막 변경 쉽질 않아

기사승인 2023-05-02 15: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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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5월에도 ‘해피 뉴이어’...애타는 속사정

“5월에 새해 인사라니, 마음 같아서는 빨리 교체하고 싶은데…”

서울시가 서울광장 앞 시청 건물에 걸린 신년인사 홍보 현수막 처리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존 현수막을 철거하고 새로운 메시지를 시민에게 전하고 싶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계묘년을 맞아 지난 1월부터 ‘동행할수록 더 매력있는 서울’이라는 토끼 그림의 신년인사 홍보 현수막을, 5월을 맞이한 지금까지도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본관) 건물 외벽에 내걸고 있다.

신년인사 현수막의 경우 연초가 지나고 봄이 오면 교체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세계 책의 날’(4월 23일)을 맞아 ‘책 읽는 서울광장’ 조성과 관련된 내용이 걸렸다. 이처럼 해당 현수막 위치는 새해 및 연말 인사뿐만 아니라 코로나 방역 등 서울시 주요 행정을 알리는 홍보창의 역할을 했다.

올해는 다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운영이 길어지면서 현수막 교체는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 분향소가 현수막 바로 밑에 설치돼 있어서다. 하지만 서울시는 손 놓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분향소 천막 일부가 현수막을 누르고 있어 안전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렇다고 현수막 교체 공사를 위해 천막 일부를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시민들은 시청 공무원을 탓한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A씨는 “봄을 지나 이제 여름이 다가오는 데, 새해 인사말이 여전히 걸려 있는 게 보기가 좋지 않다. 공무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5월이 된 시점에 시청 공공현수막을 생뚱맞은 새해인사말로 노출하고 있는 것을 두고, 시민들이 서울시의 게으름을 지적하는 부분은 안타깝다”며 답답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묵은 현수막을 철거를 하려면 대형 크레인이 들어가야 하는데 분향소 천막을 치우려고 한다는 오해도 있을 수 있어 자제하고 있다”며 “난감한 상황이지만 얼마 전부터 위치를 바꾼다든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