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V 백신도 ‘수입 목록’에 추가…“투자개발 늘려 의존도 낮춰야”

해외 제약사들 RSV 백신 상용 가시화
정부, 외국 RSV 백신 국가예방접종 도입 검토
국내사는 후보물질 탐색·전임상 준비 단계 그쳐
“백신 포함 약물 연구개발은 투자비용이 관건”

기사승인 2023-05-28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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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V 백신도 ‘수입 목록’에 추가…“투자개발 늘려 의존도 낮춰야”
쿠키뉴스 자료사진

해외 제약사들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상용화를 가시화하면서 정부가 국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수입 의존에 치우친 정책을 지양하고 국산 제품 연구개발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RSV는 한 번 감염되면 평생 동안 지속적으로 재감염이 이뤄지는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이다. 만 2세까지 거의 모든 소아가 감염될 정도로 감염력이 높으며 미숙아, 심장질환 보유자, 면역 저하자 또는 고령층에서는 심각한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RSV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 증상에 따른 보존적 치료만 이뤄지는 상황이다.

해외 RSV 백신 ‘효과 인정’ 잇따라… 격차 더 벌어진 한국 백신 연구 

지난 26일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해외 제약사가 연구한 RSV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FDA ‘백신‧생물학적 제제 자문위원회’로부터 영유아·임산부용 RSV 백신 ‘앱리스보(Abrysvo)’의 효과를 만장일치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FDA는 오는 8월21일까지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영국의 GSK는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RSV 백신 ‘아렉스비(Arexvy)’에 대해 FDA로부터 세계 최초로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 외에도 RSV 백신 개발에 뛰어든 해외 제약사들은 대부분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거나 허가 신청에 돌입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사노피가 함께 개발한 영유아 대상 RSV 백신은 지난해 11월 유럽에서 허가를 받았다. 모더나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성공한 상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연구가 뒤늦게 시작됐다. 국내에서 RSV 백신 개발에 돌입한 대표적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과정에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전 단계로 동물을 통해 부작용, 효과를 알아보는 시험을 준비 중인데, 최종 성과를 나타내려면 적어도 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반면 국내는 뒤늦게 연구개발에 뛰어들어 후보물질 발굴 혹은 전임상에 진입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후보물질 발굴 과정에 있으며 유바이오로직스는 전임상 준비 중으로, 최종 성과까지는 적어도 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국내 RSV 감염 증가… “연구개발 위한 실질적 뒷받침 이뤄져야”

RSV는 최근 국내에서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RSV 감염증 환자 수는 올해 5주차(1월 29일~2월 4일) 99명에서 12주차(3월 19일~25일)에 416명까지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8배 넘게 증가한 숫자다. 평소 유행대로라면 2~3월에 환자가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늘어나면서 영유아, 고령층을 중심으로 재발 우려가 커졌다.  

정부는 검증을 거치고 있는 해외 백신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해외 RSV 백신이 국내 허가까지 마치면 국가예방접종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백신 수입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백신 수입액은 지난 2020년 3억4000만달러(한화 약 4,515억원)에서 2021년 23억5000만달러(3조1,208억원)로 치솟았다. 수입 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18억달러(2조3,904억원)의 무역수지 적자를 내기도 했다. 

질병관리청의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자급 현황에 따르면, 국내 유통 중인 국가예방접종 백신 22종 중 국내 제조회사에서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제조해 공급 가능한 백신은 6종에 불과했다.

해외에서 RSV 백신을 도입하면 국가 재정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GSK는 RSV 백신 가격을 고용량 독감 백신과 대상포진 백신인 ‘싱그릭스’ 사이에서 책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량 독감 백신은 일반적으로 1회 용량이 7만원대, 싱그릭스는 25만원 정도다.

일각에서는 국산 백신 상용화를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제약사 30개 평균 연구개발 비용은 1년에 6조2000억원이다. 세계 순위 30위 정도인 덴마크의 룬드백이 3조원가량을 연구개발비로 쓴다. 국내는 20개 제약사를 합쳐도 1조원 수준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 A씨는 “후발국가로서 백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 기술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하고, 실패 위험이 큰 신약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백신을 포함한 약물 연구개발은 투자 비용이 관건인데,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투자가 메마른 상태”라며 “RSV처럼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한 질환인 경우 정부 지원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관계 부처가 많아 지원 사업이 산발적,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있다”면서 “지원 운영이나 임상 집중도 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범부처 컨트롤타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