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2.5%에 모두가 불만족…“물가는 오르는데”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07-19 16: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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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2.5%에 모두가 불만족…“물가는 오르는데” [가봤더니]
사진=안세진 기자

“20대 때 최저시급은 단순 생계비용이라기보다 노동의 가치를 배우고 그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장사가 잘되면 당연히 그에 맞게 줄 수 있겠지만 그런 가게가 얼마나 되겠어요. 사장이란 이름으로 최저임금도 못 받아 가는 1인 자영업자가 많아요”

19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확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결정된 해당 사안은 결과적으로 노사 모두 만족을 하지 못한 채 끝났다. 노동자 측은 물가인상폭이 크게 오른 탓에 최저임금 2.5% 인상은 오히려 임금 하락이라는 의견을 드러냈다. 사측은 고물가에 지난 2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한 하락세를 이유로 만원에 가까운 최저임금을 부담스러워했다. 

최저임금 2.5%에 모두가 불만족…“물가는 오르는데” [가봤더니]

노사 불만은 현장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쿠키뉴스가 19일 최저임금에 가장 직면한 20대 청년과 50대 자영업자를 만나본 결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의견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최저임금 일자리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A씨(22)는 “월세부터 시작해서 모든 물가가 전부 5%대 이상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데 최저임금은 고작 2.5% 오른 수준에 그쳤다”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거지방’ 등이 유행하는데 단순히 웃고 넘길 현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거지방’은 지출 내역과 지출 계획을 공유하며 절제력을 기르는 채팅방을 뜻한다. 팍팍한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넘기려는 청년들 사이 유행하는 신종 문화현상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검색창에 거지방을 입력하면 수많은 오픈채팅방이 노출된다. 이 방에선 “커피 3000원”, “택시비 1만원” 등 본인의 지출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서로 쓴 소리를 주고받는다.

최저임금 2.5%에 모두가 불만족…“물가는 오르는데” [가봤더니]

실제 대학생이 체감하는 고물가 현상은 더욱 심각했다. 우선 월세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가의 원룸 월세는 1년 전보다 8% 이상 올랐다.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전용면적 33㎡)의 평균 월세는 56만7000원 수준이다. 최저임금 2.5% 인상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월세를 내고 나서도 문제다. 전기, 가스, 수도는 1년 전보다 무려 25.9% 올랐다. 

밥 한 번 사먹기도 겁난다. 현재 외식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6%대를 기록하고 있다. 가공식품 상승률도 7.5%로 지난달보다 더 올랐다. 라면 가격은 1년 전보다 13.4%가 올랐고 빵과 과자도 10~1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직장인 B씨(30)는 “취업 전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에서 4개월 정도 파트타임 근무를 하고 유럽 배낭여행을 두 달 동안 다녔다. 그 때의 기억이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였다”면서 “당시 아일랜드 시급은 한국 돈으로 1만5000원 정도였다. 20대 때 최저시급은 노동의 가치를 배우고 그 소중함을 알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번 최저시급은 젊은이들이 보다 멋지게 성장하기에 모자란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2.5%에 모두가 불만족…“물가는 오르는데” [가봤더니]

반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의견과 이마저도 비싸다는 의견이 공존했다. 한 편의점주(55)는 “운영비 중 인건비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주휴수당까지 더해지면 출혈이 더욱 심해진다”며 “무인점포로 전환하는 곳이 점차 많아지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주휴수당은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치 일당을 더 주는 것이다. 

인건비 부담 영향으로 편의점업계에서는 심야 영업을 중단하는 점포가 늘고 있다. 전기요금 상승에 최저임금까지 오름 추세를 보이면서 큰 이익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인 편의점은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최근 3년간 무려 17배나 늘었다. 2019년 208곳에 불과했으나,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3530곳이나 됐다. 낮에는 점주가 운영하고 야간엔 무인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형 점포도 이 기간 9개에서 713개로 크게 뛰었다.

고기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50)는 “장사가 잘되면 당연히 열심히 일 해주는 직원들을 위해 시급을 높여주는 게 맞지만 그런 가게가 얼마나 되겠냐”며 “사장이란 이름으로 최저임금도 못 받아 가는 1인 자영업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 운영을 위해서는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고용을 하자니 사실상 수익이 없고 해결 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2.5%에 모두가 불만족…“물가는 오르는데” [가봤더니]
사진=박효상 기자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소상공인의 연평균 영업이익 상승률은 1.6%에 불과했으나 인건비 상승률은 3.7%대였다. 올해 1∼4월 소상공인들이 지불하는 월평균 인건비는 291만원으로, 월평균 영업이익(281만7000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최저시급 불만의 공통된 이유는 ‘물가’ 때문이었다. 최저임금이 낮거나 높더라도 물가가 그만큼 안정되면 사회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다만 내년에도 올해만큼이나 지속적인 물가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고용부는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내달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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