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지하철, 승객이 직접 문을 여닫는 구조

[나의 북한 유학 일기] 궤도 전차도 고장 나면 승객이 밀기도
북한 택시 기사는 선망 직업...'폼생폼사' 선글라스 기사

기사승인 2023-08-09 09: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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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국가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 평양의 공공 교통 시스템은 이 폐쇄적 사회의 일상을 엿보는 창구라 할만하다.

유학을 시작할 즈음엔 평양대중교통에 대한 루머가 있었는데, 두개의 지하철 노선만 있어서 외국인 관광객들은 천리마역~개선역의 지하철 노선만을 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평양 지하철, 승객이 직접 문을 여닫는 구조
평양 '지하철도 차표'를 손에 든 필자. '지하철도 수입심사소'라는 발행 주체 글자가 보인다. 

레일을 따라 운행하는 궤도전차(트램)와 철로 없이 다니는 무궤도전차(트롤리버스)는 평양 거리의 독특한 풍경이다. 출퇴근 시간 때면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차를 기다리며 출입문을 못 닫을 정도로 사람이 꽉 차고, 심지어 뒷문에 사람이 매달리는 것도 흔한 일이다.

가끔 고장 났을 때는 남자 승객들이 내려서 전차를 밀기도 한다. 깊이 100m가 넘는 평양의 지하철은 무척 인상적이다. 지하철 탑승은 북한 돈5원 가격의 종이로 된 일회용 승차권을 구매하거나 한국의 T머니처럼 충전할 수 있는 지하철 카드를 선택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지하철을 가진 북한은 지상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철역 안까지 내려오는 데 4분 정도 걸리고 너무 깊어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안전상의 이유 때문인지 엘리베이터의 운행이 매우 느린데 길게 느껴지는4분 동안 사람들은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침목을 지키는 것이 일상적이다.
평양 지하철, 승객이 직접 문을 여닫는 구조
지하철 탑승 후 필자가 찍은 승강장 모습. 이용자들이 출근을 향해 나가고 있다. 

어떤 지하철역에는 국가지도자나 체제를 찬양하는 선전 내용을 북한만의 독특한 예술 표현으로 그린 거대벽화가 그려져 있다. 보통 지하철역 승강장에는 신문 판독대도 있는데 당일의 노동신문이 전시되어 있어 승객들이 차를 기다리는 동안 읽을 수 있게 설치되어 있다.

가장 신기한 것은 열차의 문은 수동으로 작동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첫 번째 내린 사람이 문을 열고 마지막 탄 사람이 문을 닫는다. 북한 지하철 객실은 플랫폼 길이에 못 미칠 정도로 짧아서 가끔 사람이 너무 많을 때는 승강장 직원의 보조를 받아 밖에서 문을 세게 닫아야 한다.

외국인과 유학생은 택시를 많이 이용한다. 택시비용은 달러, 유로 그리고 인민비로 결제 가능하며 기본 요금은 2달러다. 택시 기사들은 어김없이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날씨 보다는 ‘폼생폼사’의 멋이 아닌가 싶었다. 택시기사는 소위 잘나가는 직업군으로 여겨졌다.

유학하는 동안 평양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 대목은 바로 택시의 수량의 변화이다. 2011년만해도 평양에서는 택시 수량이 적었고 길거리에서 10분~20분은 기다려야 택시가 잡혔다. 심지어 돌아올 때는 식당 직원에 부탁해서 아는 택시기사를 불러줘야 탈 수 있었다.
평양 지하철, 승객이 직접 문을 여닫는 구조
북한 택시. 백미러에 선글라스를 낀 택시 기사 얼굴이 보인다. 사진=육준우

그러다가 2014~2015년쯤 택시 수량이 급증하면서 외출이 많이 편리 해졌다. 한국에 오니 사통팔달 어디든 길이 열려있다. 특히 대중교통의 편리함은 세계 최상이 아닐까 싶다. KTX로 한국의 동과 서, 남쪽 끝까지 여행하듯 대학시절의 추억이 담긴 평양까지 가보는 상상을 마음으로 그려본다.

육준우(陆俊羽·중국인유학생)
홍익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수료. 홍익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석사졸업. 2011~2016년 북한 김형직사범대학교 유학(조선어전공). 지금은 한중문화교류원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am529junw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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