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글쓰기 지원하는 독서정책 필요

[정윤희의 문화민주주의 (19)] 국민독서율 추락
문체부 2024년 예산 늘었지만 문화예술정책 예산은 감소

기사승인 2023-09-07 09:30:45
- + 인쇄
독서의 계절이다. 독서에는 계절이 따로 없지만 우리나라는 관습적으로 9월은 독서의 계절로 불린다. 독서가 중요하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독서정책의 실질적인 추진과 실효성은 많이 미흡하다.

우리나라 독서문화 현실은 위기에 직면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격년으로 조사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2013년부터 국민독서율이 하락하고 있다. 문제는 성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까지 점점 책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독서의 개념과 독서의 범위를 시대에 맞게 보완해야 하겠지만 그동안의 국민독서율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문화적 풍토가 매우 허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서의 계절, 글쓰기 지원하는 독서정책 필요
이미지=픽사베이

국민독서율이 하락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영상매체 시대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대전환이 산업, 미디어, 우리 삶의 방식까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독서의 개념과 범위를 재설정해야 한다.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만 독서의 개념이 될 수 없다. 짧은 텍스트를 통해서도 독서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만화를 통해서도 독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6조 9,796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2023년 대비 2,388억 원, 3.5% 증가한 규모이지만, 독서정책이 실행되는 문화예술분야는 1.9% 감소했다. 반면 콘텐츠(10.7%), 관광(10.7%), 체육분야(1.8%)는 예산이 증가했다.

책문화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독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의 독서정책은 저자 강연을 지원하는 정책이 대부분이다.

저자를 초청하여 수동적인 자세에서 책의 내용을 듣는 독서 프로그램들이 많다. 정부나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다양한 독서축제, 기업이나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독서문화 프로그램들도 대체로 저자 강연 중심이다.

서점단체나 도서관에서 선정하는 책들도 천편일률적이다. 선정 기준의 특징이나 지역적인 특색이 잘 드러나지 않고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는 듯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다양성인데 우리의 책문화는 다양성이 부족하다.

독서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정부가 추진하는 저자 강연 정책은 너무 쉬운 정책이다. 지금까지 독서정책이 강연 중심의 정책이었다면 앞으로는 쓰기 정책으로 전환해 보자.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글쓰기를 하려면 자연스럽게 읽기가 선행되기 때문이다. 가정, 도서관, 서점, 학교,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쓰고 읽고 토론하는 책문화 활동을 경험하는 교육적 환경, 문화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책문화기본권을 누리는 문화적 풍토를 기대한다.

정윤희

책문화생태학자로서 책문화생태계 담론 생산과 확산에 기여해 왔다. 언론매체 전공으로 언론학 석사,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사회적기업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 경기도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전라북도 도서관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협회 부설 한국미디어정책연구소장, 한국출판학회 이사이다. 유튜브 〈정윤희의 책문화TV〉를 진행하고 있다. 제6기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 건국대학교와 세명대학교에서 겸임교수를 지냈다.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책문화생태론》 《도서관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되는가》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등을 썼다.

unigood7311@hanmail.net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