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가격 인하의 명암 [친절한 쿡기자]

기사승인 2023-09-11 06: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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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가격 인하의 명암 [친절한 쿡기자]
쿠키뉴스 자료사진


제네릭(복제약) 등 7803개의 의약품 가격이 내립니다. 약가 인하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도 약 3250억원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싼값에 약을 살 수 있는데 재정 절약도 된다고 하니 일석이조인 셈이죠. 이렇게 보면 약가 인하가 마냥 좋아 보이는데, 실상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약가 인하는 ‘빛과 그림자’와 같습니다. 득과 실이 확실하죠.

이번 약가 인하 대상인 7803개 의약품 중 7675개 의약품은 ‘기등재 약제 상한 금액 재평가(기등재 약가재평가)’에 따라, 또 128개 의약품은 ‘사용량 약가 연동 협상 제도(사용량 약가연동제)’에 따라 가격이 하락합니다. 생소하게 들리죠. ‘사용량 약가연동제’부터 살펴볼까요? 이 제도는 약제비 적정화를 위해 지난 2006년 도입됐습니다.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의 전년 대비 청구액 증가 정도에 따라 ‘가, 나, 다’ 유형별로 나눠 약가를 조정합니다. 쉽게 말해 의약품 판매량이 늘어난 만큼 약가가 낮아지는 겁니다.

다음으로 ‘기등재 약가재평가’는 지난 2020년 7월 약가제도가 개편되면서 제약사의 약제 개발·품질 관리 노력 수준에 따라 건강보험 등재 약값을 달리 적용하는 제도입니다.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는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자료’와 제네릭 의약품 생산에 쓰인 ‘원료의약품 사용 입증 서류’를 모두 제출해야 온전한 약값이 보장됩니다. 한 마디로 기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약값이 깎이는 겁니다.

정부와 소비자들은 약가 인하를 환영합니다. 정부는 약가재평가를 통해 의약품의 품질을 보장하고, 약가 인하로 절감된 재정은 필수의약품 생산·공급에 재투자한단 계획입니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약제를 쓸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죠. 반면, 약국가와 의약품 도매업체들은 약가 인하 제품의 반품·정산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가령 약국이 100원에 구매한 약이 약가 인하로 85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면 도매업체와 차액 정산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당연히 울상입니다. 약가 인하는 곧 매출 저하를 의미합니다. 매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제약사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적자만 나는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으려 할 겁니다. 안 그래도 공급이 부족한 의약품이 많은데, 제약사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의약품 공급량을 줄이거나 판매를 중단하면 환자들은 제때 약을 쓰지 못해 병이 악화될 수 있겠죠. 환자들이 피해를 떠안게 될 수 있단 뜻입니다. 또 기업들은 의약품 판매 수익으로 연구개발(R&D)에 재투자를 하는데, 선순환 구조가 무너져 신약 개발 동력이 힘을 잃을 수 있단 푸념도 나옵니다. 약가 인하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클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재정 절감은 올바른 방향입니다. 하지만 환자 피해가 불어날 수 있는 우려를 방치해선 안 되겠죠. 그렇다고 제약사들의 수익성을 무조건 보장할 수도 없습니다. 현 체계에서 모두가 공감하는 적정선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약가 정책을 만드는 노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정부가 제시한 절차에 따라 허가를 받았지만 자취를 감추게 되는 복제약을 두고 허탈한 반응도 나옵니다. 시장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소통을 통한 정책 기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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