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숙원 ‘특사경제’ 안갯속…이번 국회도 물건너가나

정기 국회 종료일 불과 1주 남겨
환수금액 1조2천억 달하는데 징수율 7.18% 그쳐
의료계 반대 넘어야 할 산…“면책방안 고려해야”
건보공단, 의료기관개설위 의견 개진…“협의 계속”

기사승인 2023-11-29 14: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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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숙원 ‘특사경제’ 안갯속…이번 국회도 물건너가나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오랜 숙원인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법안이 21대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기 국회 종료일을 불과 1주 남기고 곧바로 총선 정국으로 이어질 전망인데다 의료계 반대도 해결해야 한다. 국회의 특사경 도입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불법 사무장병원 문제는 계속되고 있어 건보공단의 고심이 깊어진다.

29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건보공단 내 특사경을 설치하는 내용의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시간 부족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조만간 법사위 소위에 해당 안건이 다시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희망적이지 않다. 이번 소위를 통과하더라도 법사위 전체 회의와 본회의를 차례로 넘어야 하고, 불발될 경우 21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다가 이번 국회가 종료되면 법안은 자동 폐기돼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 건보공단의 답답한 입장은 커져간다.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허약국 등 불법 개설 요양기관에 의한 피해 사례는 늘고 있고, 진료비 부당 청구로 건강보험 재정도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장병원이란 현행 의료법상 병원 개설 권한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 등을 고용해 의사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설립·운영하는 기관을 말한다. 의료법상 명백한 불법으로, 지난 2018년 1월 사망자 47명을 포함해 총 159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사무장병원에 의한 피해 규모와 건보 재정 누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 8월 말까지 요양급여 부정 수급이 적발돼 환수 조치된 불법 개설기관은 329곳이다. 이들 기관이 부당 청구로 타낸 요양급여액 중 환수가 필요한 금액만 1조226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징수율은 7.18%에 그친다. 

수사기관이 사무장병원을 수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1.8개월이다. 길게는 4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폐업을 해버리는 병원도 부지기수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환수가 결정된 1698곳 중 폐업한 기관은 1635곳(96.3%)에 이른다. 이 중 불법 개설기관으로 의심돼 수사기관 수사 중 폐업한 병원은 1404곳(85.9%)이었다. 건보공단이 특사경을 두려는 이유다. 건보공단은 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수사 기간이 약 3개월로 줄어들고, 2000억원에 이르는 재정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사무장병원 도입에 부정적인 의료계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특사경이 도입되면 막대한 행정 권력을 등에 업은 수사기관이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직업 수행 자유를 침해하고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단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지난 20일 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주최로 열린 ‘보건의료 상생협의체 정기회의’에서 고도일 서울시병원회 회장은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기관들로 인해 국민의 건강권 침해와 함께 재정 누수를 우려해 특사경제를 도입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로 인해 의료계에 미칠 부담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이전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한 의료인이 고발할 경우 해당 의료인은 면책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사경 도입은 안갯속에 빠지고 있지만 건보공단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불법 개설기관의 문제점과 특사경 도입 필요성에 대해 의료계 설득을 이어온 공단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과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특히 불법 개설기관 진입 차단을 위해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의료기관개설위원회에 공단 직원이 위원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건보공단 의료기관지원실 관계자는 “향후에도 공단과 공급자 단체 간 실무협의체를 활용해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의료계와 충분히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서로 오해가 없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의료기관 개설 신고 자료를 사전에 검토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비영리법인의 형해화 방지를 위해 의료협동조합의 설립 인가 검토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의료생활협동조합 사후관리 업무까지 범위를 확대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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