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위기설에…증권사 대응 고심

SK증권, 강릉 남부권 관광단지 개발사업에 100억원대 PF 대출
한투증권, 2800억원 규모 금융조달상품 협약 체결, 태영 소유 골프장 담보
태영건설, 단기 유동성 부족…부채비율 약 500%

기사승인 2023-12-22 06:00:19
- + 인쇄
태영건설 위기설에…증권사 대응 고심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이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진 모양새다. 특히 최근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루머까지 퍼져 몸살을 앓고 있는 태영건설과 관련된 증권사에서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2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태영건설은 지난해 7월12일 계열회사인 강릉엘앤디에 1400억원 규모의 타인에 의한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19.74%에 달한다. 채무보증기간은 시작일의 30개월 뒤인 오는 2025년 1월13일에 종료된다. 

해당 채무보증은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는 강릉 남부권 관광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시행사의 사업비 대출에 대한 자금보충 약정이다. 사회기반시설(SOC) 사업부문 관련 보증과 자금보충의무는 포함되지 않았다. 

태영건설의 지난 3분기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해당 분기 특수관계자에 지급한 지급보증 내역에서 강릉엘앤디 PF차입금 자금보충약정 보증한도는 1120억원이다. 보증한도액은 PF차입금 자금보충약정과 관련해 연결실체 참여로 체결한 약정서상 대출약정 한도액 중 연결실체의 자금보충의무 분의 금액을 의미한다. 

아울러 지급보증처는 ‘SK증권 외’로 명시됐다. SK증권은 해당 사업의 1400억원 한도 중 100억원의 PF 대출을 주관했다. 태영건설이 자금보충 및 미이행시 기초자산 연대 채무인수 의무를 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측은 SK증권 외에 참여한 금융사 여부에 대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답변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원 규모의 금융조달상품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태영건설이 800억원을 납입하고, 한국투자증권은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자금 지원을 위해 담보로 잡은 곳은 태영건설 소유의 루나엑스CC 골프장이다. 

이들이 조성한 펀드의 대출 만기는 내년 3월 초로 확인됐다. 현재 태영건설이 직면한 상황을 고려하면, 만기 시점에 대여금과 이자 지급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만기가 3개월가량 남아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시기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진 이유는 태영건설에게 불거진 유동성 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4조4100억원으로 집계됐다. 민자 SOC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상환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미착공 상태로 남아있는 현장 비중이 과반으로 드러났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태영건설의 미착공 현장 45%가 6대 광역시를 포함한 지방 소재로 분석했다. 모든 지방 현장이 현 상황에서 대출 연장 없이 사업을 마감할 경우 태영건설의 이행 보증액은 약 7200억원이다. 내년부터 사업성 부족한 현장의 PF 대출 재구조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가장 먼저 다가오는 리스크인 셈이다.

태영건설 위기설에…증권사 대응 고심
태영건설 관련 지표. 한국투자증권

문제는 태영건설의 단기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 3분기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무려 478.7%에 달한다. 이는 시공능력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가장 높다. 

실적 제고로 문제를 타파하기도 버겁다. 지난해 1.3배였던 태영건설의 이자보상배율은 0.8배로 내려갔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눠 산출한다. 쉽게 말해 0.8배는 영업으로 돈을 벌어도 이자마저 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이 매년 부동산 개발 자회사를 통해 자체사업 의존도를 높여 왔으나, 시장이 빠르게 망가지면서 핵심 부문 수익성(자체사업 마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 부담이 과중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상반기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더불어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2에서 A2-로 내렸다. 통상 신평사에서 등급을 내린다는 것은 일종의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태영건설의 등급 조정에 대해 “수익성 하락 및 운전자본부담에 따른 재무부담 지속과 영업실적 및 자구계획 등을 감안 시 재무구조 개선까지 시일이 걸릴 전망인 점을 반영했다”며 “재무구조 대비 PF 우발채무의 절대적인 규모가 과중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책과 경계가 필요하지만, 예단은 이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감안해 태영건설과 티와이홀딩스의 자구 노력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며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루머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이후 PF 유동화증권 스프레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태영건설 위기설에…증권사 대응 고심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