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는 가슴 가진 플라스틱 인형” 골든글로브 진행자 논란

기사승인 2024-01-09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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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는 가슴 가진 플라스틱 인형” 골든글로브 진행자 논란
미국 코미디언 조 코이. 골든글로브 유튜브 캡처

미국 코미디언 조 코이가 구설과 함께 새해를 맞았다. 7일(현지시간)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진행하며 성차별적인 농담을 해서다. 그는 영화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를 “큰 가슴을 가진 플라스틱 인형들”이라고 표현해 질타받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영화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과 ‘바비’를 언급할 때 나왔다. 두 영화는 미국에서 ‘바벤하이머’로 묶여 인기를 몰았다. ‘오펜하이머’는 전 세계에서 9억5000만달러(약 1조2500억원)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다. ‘바비’는 흥행 수익이 14억4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 이상이다. ‘오펜하이머’는 이날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 등 5관왕을 차지했다. ‘바비’는 2개 트로피를 가져갔다.

조 코이는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관한 721쪽 분량의 퓰리처 수상작을 토대로 했다”고 소개한 후 곧바로 “‘바비’는 큰 가슴을 가진 인형들”이라고 덧붙였다. “나도 ‘바비’를 좋아한다. 여러분이 나를 ‘찌질이’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플라스틱 인형(바비)에게 끌린다는 건 이상하다”고도 했다. 반응은 좋지 않았다.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나오긴 했으나 몇몇 배우들은 표정을 굳혔다. 두 손에 얼굴을 파묻는 배우도 있었다.

“‘바비’는 가슴 가진 플라스틱 인형” 골든글로브 진행자 논란
골든글로브에 참석한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AP·연합뉴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를 겨냥한 농담도 도마 위에 올랐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의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감독 샘 렌치)가 최다관객상 등에 후보로 올라 이 자리에 참석했다. 조 코이는 “골든글로브와 NFL(미국 미식축구리그)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골든글로브는 NFL만큼 자주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추지 않는다”고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식축구 선수인 남자친구를 보러 NFL 경기장에 갔다가 카메라에 여러 번 노출된 사실을 꼬집은 농담이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웃음기 없이 음료를 마셨다. 조 코이는 곧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1944년 시작한 골든글로브는 올해 시상식을 앞두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상식을 주최해온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의 내부비리와 성차별 및 인종차별 문제가 앞서 불거져서다. HFPA는 지난해 해산했다. 엘드리지 인더스트리는 골든글로브의 자산과 시상식 제작사 딕 클라크 프로덕션(DCP)을 함께 인수해 올해 시상식을 준비했다. 진행자 섭외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주최 측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진행했던 배우 겸 코미디언 크리스 록과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로 TV단막극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겸 코미디언 앨리 웡에게도 러브콜을 보냈으나 거절당했다.

조 코이는 이를 의식한 듯 시상식 초반 “열흘 전에 진행 일을 받았다. 완벽한 연설을 원한다면 입 다물어라”며 “(대본 중) 내가 쓴 내용은 일부분다. 여러분이 비웃는 내용이 바로 내가 쓴 부분”이라고 농담했다. 뉴욕타임스 기자 니콜 스펠링은 SNS에서 “청중이 (진행자의 말에) 그렇게 빨리 반발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한 유명 감독은 ‘이건 재앙이다’라고 말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배니티페어의 데이비드 캔필드도 “현장 분위기가 TV에 나온 것만큼이나 좋지 않았다”며 “혹시 (진행자의 농담을 듣고) 웃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워하며 주변 테이블을 살피곤 했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