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유도하는 ‘가난 브이로그’, 빈곤 마케팅 의심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4-01-21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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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유도하는 ‘가난 브이로그’, 빈곤 마케팅 의심 [쿠키청년기자단]
유튜브 캡처

‘가난 브이로그’가 빈곤 마케팅의 온상으로 의심받고 있다. 자신의 가난을 보여주고 구독자들의 후원으로 이익을 취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 브이로그는 단칸방에서의 삶, 빚쟁이, 백수, 은둔형 외톨이 등 자신의 빈곤한 일상을 기록하듯이 담아낸 영상을 말한다. 익명의 힘을 빌려 타인에게 말하기 어려운 자신의 개인적인 사정을 고백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바스트 샷으로 구직 활동이나 운동을 하는 등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많게는 수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구독자를 모으고 있다.

누리꾼들은 가난 브이로그에서 보여주는 힘든 상황을 공감하고 위로하는 댓글을 남긴다. ‘빚 갚는 단칸방 삶’이란 제목의 유튜브 영상엔 “전 79년생, 네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해 리어카를 끌어 악착같이 살았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늘어놓는 댓글도 달렸다. 유튜버들은 어려운 상황일 때 지원받을 수 있는 국가 지원 제도를 소개해 구독자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대부분 가난 브이로그는 후원을 유도한다. 투자 실패, 부모님의 사업 실패, 혹은 누군가의 죽음, 기초 생활비 수급 등 자극적인 키워드를 제목과 썸네일에 배치해 클릭을 유도하는 식이다. 썸네일 이미지를 클릭해 들어가면 ‘자율 후원 계좌’가 보인다. 채널 소개란엔 후원 계좌를 적어 후원을 독려하기도 한다. 유튜브 후원 기능인 ‘슈퍼 땡스(Super thanks)’를 통해 후원하는 구독자도 있다. 가난 브이로그를 업로드하고 있다는 유튜버 김미진(30대·여·가명)씨는 “영상으로 실제 수익 창출이 되고 있다”라며 “직접 반찬을 보내주는 구독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후원 유도하는 ‘가난 브이로그’, 빈곤 마케팅 의심 [쿠키청년기자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문제는 해당 유튜버가 정말 어려운 처지에 있는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암울한 처지를 고백한 한 유튜버가 몇 달 만에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간 것에 의아함을 표하는 글이 올라왔다. 브이로그에 ‘무직’이라고 표기한 한 유튜버가 사실 직업만 없었을 뿐 얼마 뒤 해외 유학 브이로그를 올린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중국에선 가짜 ‘빈곤 산골처녀’를 내세운 인플루언서 일당이 검거돼 화제를 모았다. 중국 쓰촨성 산골마을에서 부모님을 여의고 동생을 돌보는 한 소녀 가장이 품질이 떨어지는 농산물을 직접 재배한 농산물이라고 속여 폭리를 취한 사건이었다. 팔로워 380만이 되자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1인 미디어 업체 소속이었고, 모든 게 거짓임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김성규 동국대학교 문화학술원 교수는 가난 브이로그에 마케팅 요소가 존재하는 이유를 ‘상대적 고통의 역설’로 설명했다. 타인이 겪는 고통이 내가 겪는 고통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안도감과 쾌감을 느낀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자신이 누군가를 직접적으로 돕거나, 연민을 느끼며 위로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자존감과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라며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공인된 기관을 통해 기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예은 쿠키청년기자 gcda__00@naver.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