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상담 절반은 ‘배우자·연인’ 때문

기사승인 2024-03-09 12: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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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폭력 상담 절반은 ‘배우자·연인’ 때문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들이 학생들에게 장미꽃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을 경험해 상담한 건수가 지난해 절반 이상인 걸로 나타났다.

9일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3 상담통계’에 따르면 폭력 피해 초기 상담 피·가해자 유형을 분석하니 전·현 배우자와 전·현 애인, 데이트 상대자가 50.8%로 조사됐다. 그 다음 부모, 자녀, 친척 등을 포함한 친족 17.5%, 직장 관계자 8.3% 순이다. 일면식이 있는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을 상담한 건수가 전체 76.6%나 차지했다.

중복 응답으로 설문한 여성폭력 피해 유형은 신체적 폭력이 73.8%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그 다음 정서적 폭력 57.8%, 경제적 폭력 17.1%, 성적 폭력 13.1% 순이다. 신체적 폭력 중에서는 손발로 구타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당기거나 밀침, 물건 던짐 등도 나타났다.

정서적 폭력에는 폭언·멸시·욕설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경제적 폭력에서는 생활비를 내지 않거나 통제하는 경우가 62.0%로 가장 높았다. 이 외에 경제력이 없다고 멸시하거나 지출을 의심,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빚을 지게 만드는 행위도 조사됐다.

아울러 피해 회복도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가해자 가족, 주변인에 의한 2차 피해가 53.6%를 차지하는 걸로 나타났다. 수사기관 중에서 경찰에 의한 2차 피해가 23.0%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수사기관 담당자로부터 “신고해도 해줄 수 있는 것 등이 없다”, “원만히 해결해라”, “부부 사이에 스토킹 사건 접수는 불가하다”는 등의 말을 들었다.

친밀한 관계 내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스토킹 범죄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전체 상담 건수 중 15.5%에서 2022년 16.8%, 2023년 17.9%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평균 19시간마다 여성 1명이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으로 살해당하거나 살해될 위협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대책과 변화가 절실하나 여성 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예산이 삭감됐고, 일방적으로 상담소 통폐합을 추진했다”며 “여성폭력 본질과 실태에 기반한 대책 마련이 미뤄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