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의 사회생활 [공백기 인터뷰]

기사승인 2024-03-10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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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밖의 사회생활 [공백기 인터뷰]

이제 청년들은 취업만을 정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던 미생의 대사도 지금의 청년들에겐 와 닿지 않는다. 회사 밖에 있는 청년들에게는 더 먼 이야기다.

일하지 않고, 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 상태(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가 되는 과정에는 내적·외적 요인이 작용한다. 취업이나 경제 활동을 하려는 노력만으로는 청년의 삶을 바꿀 수 없다.

청년들은 누군가 자신의 존재와 가능성을 봐줄 때 비로소 긍정 전환의 계기를 맞았다. 이런 경험을 한 청년은 니트 상태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해 나갔다.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그리기도 했다.

커뮤니티의 확장

관계를 기반으로 사회적 지지를 얻는 경험이 생기면 니트 청년들은 변한다. 다양한 커뮤니티로 나아가려고 하거나,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 기여하려고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자원을 활용하기도 했고, 정서적인 유대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커뮤니티에서 지지받는 경험을 한 이후에는 계속해서 나를 서포트해 주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서적으로 동질감을 가지고 힘을 받을 수 있게요.” 니트 청년 A씨

“커뮤니티 프로그램 통해서 봉사활동을 다녔어요. 모임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과 연결됐죠. 계속 관계망이 확장됐어요.” 니트 청년 B씨

“한 은둔·고립 프로그램에 갔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사람들이 더 힘들어하더라고요. 제삼자 입장에서 들으면 별거 아니거나 오류가 있는 생각인데 주저하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에겐 ‘내 사정도 그렇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니트 청년 C씨

가치관과 일의 재구성

니트청년들은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했다.

“건강에 문제가 생긴 뒤로는 스스로를 혹사하기보다 건강을 챙기게 되었고, 프리랜서로 강의하면서 ‘꼭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되겠다’는 인식 전환을 하게 되었어요.” 니트 청년 D씨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힘들었으니까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상을 스스로에게 주기로 한 거죠.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이랄까. 비슷한 맥락으로 하고 싶던 노래와 작곡을 배우고 있는데 재밌어요. 지금은 부모님도 지지해 주세요.” 니트 청년 E씨

니트청년들은 취업을 준비하며 조급함을 갖기보다는 시도하지 않았던 경험을 해보길 원했다.

동기부여가 되는 일을 주도적으로 개척하고 싶어 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일경험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했다. 자신만의 고유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를 원했고,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려고 했다.

“첫 진로를 패션디자이너로 정했지만, 휴학했을 때 셀프 인테리어를 할 정도로 공간에도 관심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주도적으로 진로를 개척해 나가기 시작했고, 진행했던 공간디자인 결과를 유튜브에 업로드하며 포트폴리오를 쌓아가고 있어요.” 니트 청년 F씨

유동성이 높은 사회에서 모두의 목표가 취업이 되어야 하는지 되물어야 한다. 연결되지 못하는 사회,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 고유의 역할을 찾지 못하는 사회는 앞으로 더 위험해질 것이다. 사회와 연결 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직장 외에도 자신의 역할과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커뮤니티가 가까운 곳에 존재하도록 함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위 기고글은 2023 청년정책의제 연구 2호-청년정책의 미끄러짐과 회복 ‘사회적 지지가 니트 청년의 긍정적 전환에 미치는 영향’을 발췌·편집했습니다.

니트생활자 admin@neetpeople.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