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실점’ 류현진 울린 ‘행복 수비’…12년만 복귀전도 망쳤다

돌아온 류현진, 12년 만에 복귀전
지난해 MLB 경쟁력 보였지만 ‘한국 복귀 의지’ 강해
첫 경기는 수비 도움 없어…‘팀타율 1위’ LG에도 고전
류현진 복귀전 망친 문현빈의 ‘행복 수비’

기사승인 2024-03-23 16: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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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실점’ 류현진 울린 ‘행복 수비’…12년만 복귀전도 망쳤다
좌절하는 류현진. 연합뉴스

돌아온 류현진(37)이 12년 만에 치른 한국 무대 복귀전을 결정적인 수비 실책 때문에 망쳤다.

류현진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원정 개막전에 선발등판해 3.2이닝 6피안타 3사사구 5실점(2자책)으로 고전하며 패전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4.91이 됐다. 한화 이글스는 류현진의 충격적인 부진 속에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에 2-8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류현진은 2회 들어 급격히 흔들렸다. 1사 후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문보경의 우익수 플라이 뒤 박동원에 좌전 안타, 문성주에 유격수 내야 안타를 내주며 2사 만루에 몰렸다. 절체절명 위기에서 류현진은 신민재에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후 박해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고 추가 실점은 막았다.

이후 순항하던 류현진의 앞을 ‘행복 수비’가 막았다. 2-2로 맞선 4회 류현진은 2사 후 문성주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신민재를 2루 땅볼로 유도했다. 타구가 느렸기 때문에 2루수 문현빈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5실점’ 류현진 울린 ‘행복 수비’…12년만 복귀전도 망쳤다
손쉬운 타구를 가랑이 사이로 빠뜨리는 문현빈. 프로야구 중계 캡처

하지만 문현빈은 공을 가랑이 사이로 빠뜨리는 결정적인 수비 실책을 범했다. ‘행복 수비’로 인해 2사 1,3루로 위기가 이어졌고, 흔들린 류현진은 박해민에 1타점 중전 안타를 헌납했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안정감을 잃은 류현진은 계속된 2사 2,3루 위기에서 홍창기에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내줬다. 후속타자 김현수에도 좌전 안타를 맞자 한화 이글스는 류현진을 조기 강판했다. 3.2이닝 5실점, 충격의 복귀전이었다.

올 시즌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큰 이슈는 ‘괴물’ 류현진의 복귀였다. 류현진은 2006시즌부터 2012시즌, 총 7시즌 간 ‘독수리 군단’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때 류현진이 보인 경기력은 한국 최고 투수는 물론, 오히려 한국이 담기 힘든 재능이었다. 통산 98승52패 평균자책점 2.80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2012년 KBO리그를 떠난 류현진은 지난 시즌까지 꿈의 무대인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누볐다.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은 MLB에서 기량을 만개했다. 데뷔 시즌부터 14승(8패)을 올리더니, 2년 차에도 14승(7패)을 챙기며 팀 에이스로 거듭났다. 2015년 어깨 수술로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류현진은 2019년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2.32)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제 궤도에 올라섰다. 활약을 인정받아 2020시즌 4년 8000만 달러(약 1080억원) 대형 FA 계약을 따내며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류현진은 사이영상(MLB 최고 투수상) 포디움에 무려 2번(19년 2위, 20년 3위) 올랐다. MLB 최고 좌투수상인 워렌 스판상 수상(2020년), ALL-MLB 세컨드팀 2회(2019•2020년) 내셔널리그 올스타(2019년) 등 수많은 족적을 남겼다. 놀라운 활약에 MLB 팬들은 류현진을 향해 ‘코리안 몬스터’라는 별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은 8년 총액 170억원에 한화 이글스 복귀를 결정했다. 지난 시즌 MLB 3승3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선전했기에 경쟁력이 충분히 있는 상태였지만 류현진은 한국 무대 복귀 의지를 보이며 독수리 군단으로 돌아왔다. 한화 이글스는 류현진을 처음부터 개막전 선발로 낙점하고 시즌을 준비했다.

‘5실점’ 류현진 울린 ‘행복 수비’…12년만 복귀전도 망쳤다
강판되는 류현진. 연합뉴스

그렇게 맞이한 복귀전에서 류현진은 오랜만에 마주한 ‘행복 수비’에 울었다. 류현진은 다양한 변화구에 뛰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많은 인플레이 타구를 유도하는 선수다. 팀 수비력이 더 중요한 이유다. 

KBO리그 1기 시절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의 처참한 수비력에 매번 피해를 겪었다. 실제로 류현진은 2012년 한 유소년 선수에게 “수비 믿고 던지면 안 된다. 삼진으로 무조건 잡아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뼈있는 농담이었던 셈이다. 팬들도 부족한 한화 이글스의 수비를 ‘행복 수비’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돌아온 류현진은 과거와 달리 팀 수비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지난 12일 시범경기 첫 등판을 마치고 류현진은 “야수를 믿고 던져야 한다. 과거 발언은 기억에 없다”고 웃으며 언급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통해 류현진에게 과거의 악몽이 다시 소환됐다. 한화 이글스 수비진은 손쉬운 땅볼을 처리하지 못하며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 올 시즌 한화 이글스 ‘행복 수비’는 류현진의 성적을 좌우할 열쇠로 자리할 전망이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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