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온종일 기다렸지만…응답 않는 전공의들, 왜?

尹-전공의 3일 만남 불발…대화 제안 교수 사퇴하기도
전공의들 요구 조건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정재훈 교수 “대표성 있는 전공의 부재…정부가 타협안 내야”

기사승인 2024-04-04 07: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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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온종일 기다렸지만…응답 않는 전공의들, 왜?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지난 2월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2024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의정 간 대화가 여전히 ‘꽉’ 막힌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전공의와의 만남을 제안하며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전공의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먼저 타협안을 제시하기 전까지 전공의들이 움직이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을 만나기 위해 이날 일정을 비우고 기다렸지만, 전공의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측이 전날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조건 없는 만남을 권유했고, 윤 대통령이 즉각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3일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었다.

정부가 전공의와 물밑 대화를 이어갔지만, 당장 이날 만남은 불발된 셈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3일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집단행동의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며 “지금 접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선 전공의와의 조건 없는 만남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을 호소한 조윤정 전의교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이 2일 보직에서 사퇴했다. 전의교협 내부에서 ‘무(無)조건’에 대한 조 교수의 제안에 대해 비판이 일자, 보도자료를 내고 “개인적 소회”라고 해명하며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전협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등 7대 요구안에 응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대전성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 류옥하다씨가 지난 2일 공개한 ‘젊은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 온라인 여론 조사’에서도 전공의 수련을 받기 위해서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응답이 93%로 가장 많았다.

대통령 온종일 기다렸지만…응답 않는 전공의들, 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 공간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대통령실이 ‘2000명’에 대해 조정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의대 교수, 의사단체 등 선배 의사들도 정부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대통령과 전공의들이 만나더라도, 증원 규모를 의료계와 합의하겠다는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3일 “대통령실에서 대통령과 전공의와의 대화를 제안한 것에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면서도 “무조건 만나자고 한다면 대화 제의의 진정성이 없다.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조건을 먼저 제안하라”고 당부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직접 만남을 진행하겠단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의대 증원 후속 조치가 계속 이뤄지는 것을 보며 정원 조정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의대 정원 역시 논의할 수 있다는 말의 진정성을 담보하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대 증원 배정을 중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원점 재검토’ 카드를 내밀기 전까지 전공의들이 움직이긴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협상 테이블에 앉을 만한 대표성 있는 전공의가 없기 때문이다. 박단 위원장이 전공의를 대표하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낸 만큼 일괄 협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에 “박 위원장도 내부 사정 등으로 대통령과 만남을 추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대표성 있는 전공의가 부재한 상황이라, 묵묵부답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의료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타협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정 교수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증원 규모에 대한 의협, 전의교협, 대전협의 생각이 모두 다르다. 통일된 협상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안을 먼저 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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