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타운 반대’ 길거리 나선 주민들 “공모기준 높인 강남, 서울시는 뭐하나”

기사승인 2024-04-05 12:42:32
- + 인쇄
‘모아타운 반대’ 길거리 나선 주민들 “공모기준 높인 강남, 서울시는 뭐하나”
서울시 모아타운반대 소유주 연합은 5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모아타운 반대 집회를 열었다. 사진=임지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비사업인 모아타운 사업에 대한 서울 시내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의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투기 우려와 주민 갈등이 큰 곳은 대상지 선정에서 제외하고, 투기 의심 사례가 있으면 착공을 불허하겠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모아타운 추진 지역 소유주들은 책임을 자치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 차원의 강화된 기준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서울시 모아타운반대 소유주 연합은 5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모아타운 반대 집회를 열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원주민을 몰아내는 모아타운 사업은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주민들은 서울시가 지난달 21일 ‘모아주택·모아타운 갈등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모아타운으로 선정되거나 사업 추진 또는 예상지인 강남3구, 마포구, 강동구, 강진구, 중랑구 등 서울 20개동 단독·다가구·상가주택 소유주들로, 이날 집회는 비대위 추산 200명이 참석했다. 반발 지역은 늘고 있다. 지난달 6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반대 집회에는 서울 12개동 주민들이 모였다.

성북구 장위13동 주민은 “서울시 발표 이후 강남구는 시 기준보다 강화된 모아타운 공무 기준을 내놨다. 시는 25개 자치구가 이같이 기준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모아타운 반대 의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들을 것인가. 설문조사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주민들과 소통해 의사를 투명하게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지난달 21일부터 토지 등 소유자 50% 및 토지면적 40% 이상이 동의해야 사업공모를 신청할 수 있게 했다. 토지 면적과 상관없이 소유자 30% 이상만 동의하면 모아타운 공모를 상정할 수 있는 현행 제도로 인해 주민 갈등이 커지면서다. 또 실제 선정되더라도 조합설립을 위해 소유자 80% 및 토지 면적 67% 이상 동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30%라는 수치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광진구 자양4동 주민은 “오세훈 시장은 모아타운을 당장 철회하라”며 “멀쩡한 가옥을 부수고, 남의 사유재산을 강탈해 아파트를 짓겠다는 발생은 장밋빛 환상일 뿐이다. 여기 모인 주민들은 모아타운도, 가로주택도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양4동은 지난해 모아타운 사업지로 선정됐다. 이 소유주는 “지난해 5월 주민 반대가 많아 모아타운을 추진할 수 없었고, 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기로 했다”며 “(광진구청은) 서울시와 모아타운 취소 절차를 협의한다고 발표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광진구청의 모아타운 취소 결정을 하루 속히 승인하고 모아타운을 철회해달라”고 말했다.

‘모아타운 반대’ 길거리 나선 주민들 “공모기준 높인 강남, 서울시는 뭐하나”
서울시 모아타운반대 소유주 연합은 5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모아타운 반대 집회를 열고 "모아타운 사업 철회"를 주장했다. 사진=임지혜 기자

반대 주민들은 모아타운 추진 지역마다 투기 세력이 유입되고, 분담금 부담도 커 원주민이 쫓겨날 위기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노원구 월계동 주민은 “현지인들은 돈이 부족해 내쫓기고 외지인이 혜택을 보는 결과를 보고 있다”며 “돈 없는 원주민은 현금청산 당하고 외지로 쫓겨나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된 서초구 양재2동의 한 주민은 결정이 난 뒤 모아타운 추진 사실을 알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가정주부라는 그는 그간 수집한 두꺼운 서류를 보여주며 “지금까지 모아타운이 불필요하다는 자료를 이렇게 모았다. 미선정된 지역보다 도로도 넓어 소방차를 방해하는 일도 없다”며 “서울시는 노후한 주거지에 모아타운을 만든다더니 도로도 넓고 주거지 환경도 좋은 지역을 왜 대상지로 선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여기 모인 모두가 바닥부터 시작해서 자수성가해 여기까지 왔다. 재산을 뺏기게 생겼는데 가만히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모아타운 사업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의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로 묶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정비계획 수립, 조합추진위 승인, 관리처분계획 인가 절차가 생략돼 통상 8~10년 이상 소요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기간을 2~4년으로 대폭 단축할 수 있다. 필요시 용도지역 상향, 층수완화 등 인센티브를 주고, 주차장·공원 등 기반시설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모아타운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찬반 갈등이 일고, 투기 의심 사례도 발생하는 등 문제가 제기되자 서울시는 지난달 21일 ‘모아주택·모아타운 갈등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모아타운 추진 때 토지 등 소유자 25% 이상이 반대하거나 이전 공모에 지원했다가 선정되지 않았던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모아타운 공모를 지원할 수 없게 하는 등 기준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오는 2026년까지 모아타운 100곳을 목표로 선정지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어 주민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