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 지하철, 휠체어 탄 장애인에겐 죽음으로 가는 틈새

기사승인 2024-04-07 1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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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발’ 지하철, 휠체어 탄 장애인에겐 죽음으로 가는 틈새
3호선 동대입구 역에서 촬영한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 쿠키뉴스DB

“이동식 발판을 요청하려면 역사에 전화해야 하는데 저는 손을 못 써요. 혼자 다닐 때는 전화를 못 하니까 이용할 수 없어요.”

뇌병변 장애인 조모(42)씨는 손을 거의 쓰지 못한다. 휴대전화 화면을 누르는 것조차 혼자 할 수 없다. 승강장과 열차 사이가 넓은 역을 휠채어를 탄 채로 탑승하려면 발판이 필요하다. 하지만 혼자 전화를 걸지 못하는 조씨에겐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타는 게 두렵기까지 하다.

도시철도법이 정한 ‘도시철도건설규칙’에 따르면 열차와 승강장 사이는 10cm를 초과할 수 없다. 간격이 10cm가 넘는 부분에는 안전발판 등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2004년 이전에 지어진 곳은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 1~8호선 275개역 1만9280개소 중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간격이 10cm를 넘는 곳은 3395개소다. 공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넓은 곳은 28cm에 달한다. 특히 4호선 성신여대 입구역은 승강장 20% 이상이 연간 간격 20cm가 넘는다.

이렇다 보니, 승강장 발빠짐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승강장 발빠짐 사고는 총 309건이다. 지난 2022년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전동차에서 하차하던 지체장애인 A씨는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 틈에 오른쪽 다리가 끼는 사고를 당했다. 뇌성마비 장애인 A씨도 “바퀴가 빠질 때마다 문이 닫힐까 봐 두렵다”며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따가운 시선도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지하철 역사에는 휠체어 승하차를 위한 이동식 안전발판이 비치돼 있다. 역사 안에 있는 안전발판을 휠체어 이용객이 요청하면 역무원이 들고 와서 놓아준다. 하지만 조모씨와 같이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은 이용하기 어렵다. 수동이기 때문에 역무원과 열차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기도 하다.

지체장애인 B(20대)씨는 “역마다 다 있는 게 아니라 이용할 수 없는 역들이 아직 많다”며 “안전발판을 요청해도 준비 돼 있지 않을 때도 있다. 지하철이 평소처럼 일찍 닫히는 경우도 다반사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이동식 안전발판 시스템은 1~8호선 275개역 중 203개역에 있다. 직원 인력은 따로 없다.

한편 서울시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제3기 서울시 장애인 인권증진 기본계획에 따르면 시는 장애인이 지하철 탑승 불편함을 줄이도록 승강장과 열차 등에 자동 안전발판을 올해 22곳 263개소 늘린다. 내년 55개역 326개소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예산 규모는 약 298억원이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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