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임박’ 치매치료제 레켐비…약값 문턱에 접근성 우려

기사승인 2024-04-12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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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임박’ 치매치료제 레켐비…약값 문턱에 접근성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에 대한 국내 허가가 임박한 가운데 출시 전부터 비싼 약가로 인해 환자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레켐비의 최종 심사를 마친 뒤 오는 6~7월 사이 품목허가를 승인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늦어도 8월에는 허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병원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동시에 급여 적용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아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레켐비는 일본 제약사 에자이와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임상시험 결과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27% 늦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인지기능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데 그쳤으나 레켐비는 진행을 억제시키는 최초의 약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에서 경증 인지장애 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이 이뤄지고 있다. 

나승희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레켐비는 18개월간 투약했을 때 증상 악화 속도를 일정 부분 멈췄다”며 “치료 목표는 질병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독립적으로, 가족과 함께 집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자들이 약효를 보기엔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7월 레켐비를 출시한 이후 올해 3월까지 미국 처방 환자 수를 1만명으로 목표했지만 올해 1월까지 파악된 해당 인원은 3800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오젠이 계획한 처방률을 채우지 못한 주요 원인으론 ‘고가의 약값’이 꼽힌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레켐비의 연간 약가는 약 3500만원, 일본은 약 27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미국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의료비를 보장하는 공보험 ‘메디케어’를 통해 환자의 부담액을 줄였다. 일본도 레켐비에 공적 의료보험을 적용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품목허가에 대한 심사만 진행 중이며, 보험 적용에 대한 논의는 출시 이후 전개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의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지난 2020년 기준 2061만원이다. 치료비, 소모품 구입비, 장기요양비 등이 관리 비용에 포함된다. 여기에 레켐비 약값 2000만~3000만원이 추가되면 연간 관리비는 4~5000만원까지 올라간다. 

이에 허가 전부터 레켐비의 가격을 낮춰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난 3월에는 국민동의청원에 ‘치매 치료약 레켐비 건강보험 적용 건에 관한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배우자가 2년 전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고 밝힌 청원인은 “레켐비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매년 3000만~3500만원의 약값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많은 치매 환자들이 고비용으로 인해 혜택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레켐비의 약값이 제한적 치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조기 치매환자에게 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약제인 만큼 치료 선택지를 넓힌 것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레켐비를 투약하기 위해 필요한 아밀로이드 생체표지자 검사나 부작용을 살피는 자기공명영상 등에 소모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기존 경구약에 비해 접근성이 낮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또는 독립적 생활을 길게 영위하고 싶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라면 충분히 고려할 만한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혜은 부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 초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심혈관 질환 등 다른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부작용 위험이 커 사용하기 어렵다”며 “사용 중엔 아밀로이드 관련 이상반응(ARIA)이 나타날 우려가 높아 2~3개월마다 MRI 촬영을 할 것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고가의 약값부터 주기적 검사비까지 환자가 부담할 지출이 만만치 않다”면서 “환자를 선별해 투여하고 임상 데이터가 축적됐을 때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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