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공간’ 변상금만 6800만원…10년째 갈등 [열번째 봄②]

기사승인 2024-04-16 14: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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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공간’ 변상금만 6800만원…10년째 갈등 [열번째 봄②]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옆 세월호 기억공간. 사진=임지혜 기자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 세월호가 침몰했다. 304명의 안타까운 희생자가 발생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서울시 내에서 유일하게 만들어진 기억공간은 이 시간을 함께 지나며 대형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추모와 기억 그리고 참사가 사회에 남긴 교훈’은 지금까지 기억공간을 버티게 한 힘이었다. 세월호 10주기인 올해도 기억공간은 철거 위기 속에서 고단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세월호 시민단체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사무처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서울 중구 시의회 앞에 설치된 기억공간(기억과 빛)의 부지 무단 점유 변상금을 세월호 참사 유가족 측에 부과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까지 8차례에 걸쳐 보낸 계고장과 함께 부과한 변상금은 총 6884만원에 이른다.

납부 기한이 지난 변상금의 이자까지 더해지면서 부과된 변상금보다 액수가 늘었다. 유가족과 4월16일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근거 없는 부과로 보고 변상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기억공간’ 변상금만 6800만원…10년째 갈등 [열번째 봄②]
지난달 19일 한 시민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맞은편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서울시의회 “철거 정해지진 않았지만”…기억공간 위기 계속


기억공간은 지난 2019년 4월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이후 2021년 7월 광장 재구조화 공사로 철거됐다. 유족이 반발하자 당시 서울시의회 다수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중재로 같은 해 11월 시의회 앞으로 임시 이전했다. 시의회 사무처는 부지 사용 허가와 가설 건축물 사용 허가를 내렸다. 사용기한은 2022년 6월30일까지였다. 시의회 사무처는 11대 시의회 개원을 앞두고 부지 사용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유족 단체의 신청을 반려하고 자진 철거를 요구했다. 11대 시의회는 국민의힘이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지난 2022년 6월21일 본회의에서 통과한 ‘서울특별시 공유재산 세월호 기억공간 임시 가설 건축물 설치 허가 연장 및 사용료 면제 동의안’에 따라 철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시의회의 철거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금요일 점심시간이면 세월호를 기억하는 음악인들의 노래 시위와 시민들의 피켓 시위가 이어진다.

언제 철거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일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 10주기를 기점으로 기억공간을 철거할 방침임을 밝혔다. 4·16연대 한 활동가는 “시의회가 (공간을) 약속했었는데 임의로 철거를 명령했다. 현 서울시장도, 전임시장도 공간 보존에 대해 약속했었는데 전혀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구청은 시의회에 책임을 미루고 시의회는 전혀 반응이 없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철거 계획과 관련해 서울시의회 사무처는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시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변상금도 내고 가급적 (이전) 해달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연대 측) 그쪽에서는 계속 여기 있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철거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순간에 결정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나. 현재 단계에서는 가능성만 있을 뿐, 정해진 게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기억공간은 시의회 부지에 설치돼 철거 및 범칙금은 시의회 관할”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기억공간’ 변상금만 6800만원…10년째 갈등 [열번째 봄②]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세월호 노란 리본. 사진=임지혜 기자

참사 유족 “참사 아픔 기억하는 공간, 많은 사람 찾을 수 있어야”


협의회와 4·16연대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시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참사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기억공간은 물론, 안산(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기억교실) 인천(일반인 추모관) 목포(세월호 선체 앞) 진도(팽목항) 등에 추모공간이 뿔뿔이 흩어져 세월호 참사를 기록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교육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세월호 10주기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던 안산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희생자 추모공원도 행정절차가 지연되다가 오는 10월 드디어 첫 삽을 뜰 수 있게 됐다.

김순길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총장(고 진윤희 양 어머니)은 “광화문광장에 조성됐던 기억공간은 시민들이 먼저 나서서 만들었던 공간”이라며 “참사를 본 많은 사람이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억공간은 이처럼 많은 사람이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는 공간이며, 이러한 공간은 많은 사람이 찾아올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억공간 지킴이로 시의회 앞에서 음악 시위를 수년째 하는 중인 음악인 홍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는 ‘오래됐으니 이제 잊어도 되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이런 공간마저 사라지면 참사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조차 사라지고 말겠죠. 기억공간은 단순히 추모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기억으로 사회가 가져야 할 책임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임지혜 이예솔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