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의료공백 최대 분수령…“돌아와 환자 손 잡아달라”

기사승인 2024-04-23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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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의료공백 최대 분수령…“돌아와 환자 손 잡아달라”
오는 25일부터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현실화되면 의료공백 사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전공의가 환자를 등지고 병원을 떠난 지 두 달이 지났다. 정부가 대학에 배분한 내년도 의과대학 증원 인원 2000명을 최대 50% 범위에서 줄여 뽑을 수 있도록 허용했음에도 의료계는 요지부동이다. 의사들은 여전히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이번주는 의료공백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부터 사직을 예고한 상태이고,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허가 여부도 기로에 서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현실화되면 의료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전공의의 조속한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교수 집단사직 임박…“정부, 대승적 결단을”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병원들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박성욱 아산의료원장,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 정융기 울산대병원장, 유창식 강릉아산병원장은 21일 각 병원 소속 전공의에게 복귀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뒤 환자 수 급감에 따른 경영난으로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서울 ‘빅5병원’의 전공의 비중은 전체 의사의 약 40% 달한다.

병원장들은 “전공의 교육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며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있지만 우리 앞에 있는 환자의 불편과 진료 공백을 지혜롭게 풀어나가기 위해 진료와 교육의 현장에 복귀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현장에 남은 교수들은 과중한 업무로 인해 한계에 봉착했다. 22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에 따르면 충남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번주부터 금요일 휴진을 결정했다. 충남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교수 196명을 대상으로 진료 및 휴게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금요일 휴진 참여가 가능하다’는 응답이 72.3%에 달했다.

이번주 의료공백 최대 분수령…“돌아와 환자 손 잡아달라”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장기화로 인해 의대 교수들의 정신적·신체적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랐다. 충남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번주부터 금요일 휴진을 결정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전공의 사직 사태 장기화로 인해 근무시간이 길어진 의대 교수들의 정신적·신체적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랐단 것이다. 실제 비대위 설문조사 결과, 주 100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14.3%에 이른다. 주 80시간은 37.7%, 주 72시간은 46%, 주 60시간은 68.4%로 나타났다. 전의교협은 “교수들의 정신적·신체적 상태를 고려하고 환자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전했다.

성균관의대 기초의학교실,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22일 성명서를 내고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들을 전면 철회하고 전공의들에게 진정성 담긴 유감 표명을 해주기 바란다”면서 “의대 증원 정책을 즉시 중지하고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오직 국민을 바라보며 필수·지역의료 정책 수립과 의료개혁에 진정한 자세로 임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환자 고통 쌓이는데…의사들 “원점 재검토” 고집

환자들의 고통은 쌓여간다. 환자들은 치료 대신 호스피스 병동 입원을 제안받는 등 치료받을 권리를 잃었다고 하소연한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한 대학병원은 항암 중 뼈로 암세포가 전이된 환자에게 호스피스 병동을 알아보고 더 이상 내원하지 말라고 했다. 이 환자는 인근 2차 병원을 안내받았으나 해당 병원도 환자가 포화상태여서 더 이상 진료를 받기 곤란해했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지금 대한민국 의료현장은 암 환자들에게 더 이상 치료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아직도 의견이 관철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자 곁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분들이 있다. 의료현장을 떠나지 말고 환자들의 손을 꼭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간호사 등 현장 의료진과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대 증원을 의사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결정했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죽든 살든 모른 척하겠단 것이냐”라며 “지금껏 참고 기다렸지만 이제는 참지 않겠다. 환자와 병원 노동자들이 정부와 의사단체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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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와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22일 국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했다. 사진=신대현 기자 

의사들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가 대화와 병원 복귀의 선행 조건이라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의료개혁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가 이번주 첫 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참여는 불투명하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위원회가 된다면 참여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사태 해결이 요원한 상황에서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수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민법상 사직 의사를 밝히고 1개월이 지나면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부터 의료현장을 떠나는 교수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의대 교수들이 자리를 벗어나면 응급 수술은 물론 중환자실 유지도 어려워진다.

정부는 “일률적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며 교수들의 집단 이탈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교육 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학 본부에 접수돼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사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의협과 전공의 여러분들은 의료개혁특위에 꼭 참석해 의견을 개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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