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좌초’냐 ‘속행’이냐…법원 판단 곧 나온다

법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정 16~17일 예정
의정 간 2000명 증원 타당성 여부 엇갈려
전공의·의대생 복귀 여부 미지수…“전면 백지화”

기사승인 2024-05-15 18: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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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좌초’냐 ‘속행’이냐…법원 판단 곧 나온다
3월26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법원이 의료계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 대한 결정을 이르면 16일 내린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거나 각하하면 정부의 의대 증원 작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만, 인용할 경우 무산된다. 하지만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양측 모두 재항고를 통해 결정을 뒤집기는 물리적으로 어렵고, 의정 갈등이 당장 봉합될 가능성은 적어 의료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등법원은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 대해 오는 16일이나 17일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집행정지 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의대 증원 절차를 미뤄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근거와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서울고법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결정 절차와 논의 내용 등을 담은 근거 자료를 지난 10일 정부로부터 제출받았다. 법원은 의대 증원 효력을 정지할지(인용), 소송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지(각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지(기각)를 결정할 예정이다.

법원이 각하 혹은 기각을 결정하면 정부의 의대 증원 절차가 이뤄지지만, 인용하면 사실상 내년 증원은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대법원에 재항고하더라도 각 대학은 이달 말까지 대입 수시모집 요강에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해 증원을 확정해야 하는데, 이때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 사건을 배당 후 심리하기까지 통상 2~3개월이 소요된다.

각하 혹은 기각 결정이 나오면 각 대학은 의대 증원분을 반영해 학칙을 개정하게 된다. 이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가 기존에 대학들이 제출한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해 각 대학에 통보하면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각 대학의 ‘수시모집요강’ 발표와 함께 정원이 확정된다.

정부는 “과학적인 추계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향후 의사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의대 증원은 정책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집행 정지가 인용될 경우) 본안 판단 시까지 대입 정원이 계속 유동적인 상태가 될 수 있어 수험생과 학부모 등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상황이 우려된다”며 “증원 추진이 불발될 경우 향후 수십 년간 의사 증원 등 의료개혁이 좌초될 우려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좌초’냐 ‘속행’이냐…법원 판단 곧 나온다
3월18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이 학생 집단 휴학으로 수업을 열지 못해 강의실이 비어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정부가 제출한 3개 연구보고서가 2000명 증원 근거로 타당한지가 최대 쟁점이다. 정부는 그간 2035년까지 의사 수 1만명이 부족하며, 의사가 배출되는 데 6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연간 2000명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들었다. 그 근거로 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의 보고서를 언급했다. 

2000명 증원 타당성 여부에 대해선 정부와 의료계 간의 시각이 극명히 엇갈린다. 정부는 보고서가 신뢰성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3일 교육부와 출입기자단 대상 공동 백브리핑을 열고 “2000명 정원은 전문가 수급 추계에 따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2035년까지 신규 의사 1만명 확보라는 정책 목표 아래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법원 요청에 따라 성실히 답변했다”며 “의료시스템을 바로세울 수 있도록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는 제대로 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과) 회장은 같은 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을 통해 “수없이 많은 회의를 했다고 했으나 2000명을 증원한 근거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월6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며 시급히 진행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2000명이란 숫자가) 유일하게 언급됐다”며 “불합리한 정책의 추진을 백지화하고, 이제라도 의사를 포함한 보건의료 인력을 과학적으로 추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 이후에도 의정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내년도 의대 증원이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당장 복귀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의사들은 내년뿐만 아니라 향후 증원 계획을 모두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들의 강경한 입장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유급 위기에도 집단 휴학을 강행하고 있는 의대생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14일 연세대 원주의대, 부산대 의대, 제주대 의대 등 학생 비상대책위원회는 SNS에 “사법부의 가처분 인용과 관계없이 의대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이뤄낼 때까지 학업 중단을 이어나갈 것”이란 내용의 성명서를 올렸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