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더 받으려고 5년 연기?…“건보료 폭탄 맞을 수도” [내 연금]

기사승인 2024-05-25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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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더 받으려고 5년 연기?…“건보료 폭탄 맞을 수도” [내 연금]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국민연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연기연금’을 신청하는 가입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연금 수령액을 높였다가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을 위험이 있는 걸 모르는 가입자가 많다. 조기·연기연금 신청이 현명한 선택인지 24일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알아봤다.

국민연금 70세부터 받으면? 연금 36% 추가 수령

최근 연기연금을 신청하는 가입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9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기연금을 수령 중인 가입자는 2018년 2만9280명에서 2023년 11만3436명으로 3배 이상 폭증했다.

연기연금은 연금수급권을 취득하는 65세 이후, 수급 시기를 연기할 수 있는 제도다. 수급을 1년 늦출수록 7.2%(월 0.6%)씩 연금액이 많아져 최대 5년 후 36%까지 더 받을 수 있다. 월 100만원이던 연금 수령액이 최대 136만원까지 불어나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이 매년 소비자물가 변동률을 반영해 급여액을 인상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연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

연 2000만원 이상 소득, 건보 피부양자 자격 박탈

연금액을 늘리려고 연기연금을 신청했다가 그보다 많은 건강보험료를 내야 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월 수령 연금액이 167만원을 넘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부과체계가 개편되면서 2022년부터 피부양자 인정 소득 기준이 연 2000만원 이하로 강화됐다. 특히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는 소득과 함께 재산에도 보험료가 부과돼 직장가입자보다 더 많은 보험료가 청구될 수 있다. 올해 3월 기준 지역가입자의 평균 건강보험료는 8만4518원이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득 기준 중 연간소득엔 이자, 배당, 사업, 기타, 연금소득(사적연금 제외) 등이 포함된다. 연금수령액과 배당금을 합쳐 월 167만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한다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다는 의미다. 또 재산세 과세표준금액이 5억4000만원에서 9억원 사이인 가입자는 연 소득이 100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연금수령액이 월 84만원 이하여야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공적연금액 수령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제외된 사례는 다수다. 지난 3월 국민보험공단이 최혜영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적 연금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해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사람은 최근 1년 6개월간 총 28만1630명(지난 2월 기준)에 달했다.

부부 동반 탈락도 유의해야 한다. 건보공단은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소득 기준을 초과하면 함께 사는 배우자도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고 있다.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된 28만1630명 중 배우자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 경우는 무려 40%에 달한다. 

연기연금을 신청하기 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서 탈락할지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내야 할 건강보험료가 얼마일지, 늘어나는 연금액과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건강보험료를 계산하는 방법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험료 계산기→지역보험료 모의계산하기’를 이용하면 된다. 

건보료 폭탄 피하려 조기연금 신청?…“현명한 선택 아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까 걱정해 연금액이 줄어드는 걸 감수하며 조기연금을 신청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당장 연소득 2000만원 이하를 맞추기 위해 30%를 감액해도,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이 높아져 연소득이 2000만원을 넘을 수 있고, 정부가 건강보험 피부양자 기준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2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조기연금을 신청해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언젠가 연금 수령액이 2000만원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건강보험공단에서 피부양자 자격을 2000만원보다 강화할 수도 있기 때문에 피부양자 자격을 지키기 위해 조기연금을 신청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조기연금은 신청 직후 평생 받을 연금액이 감액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조기연금은 연금수급권을 취득하는 65세 이전인 60세 이상부터 1~5년을 앞당겨 수령하는 제도로, 연기연금과 반대로 연 6%씩, 최대 5년간 30%가 줄어든 연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 월 100만원의 연금 수령액이 70만원까지 깎이는 것이다.

연금 수령액의 손해가 커도 조기연금을 신청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조기연금 신규 신청 가입자는 8만4402명에 달했다. 조기연금 신규 신청 가입자 수는 2021년 4만525명, 2022년 5만975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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