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막장 드라마―공동 수상’ 비판… 방송사에 ‘직격탄’

기사승인 2009-01-19 09:44:01
- + 인쇄
개콘, ‘막장 드라마―공동 수상’ 비판… 방송사에 ‘직격탄’

[쿠키 연예]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도움상회’는 지난 11일과 18일 2주에 걸쳐 방송가의 악습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는 주제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도움상회’가 지적한 방송가의 악습은 연말 시상식 공동 수상 남발과 우연이 남발하는, 갈 때까지 간 드라마 일명 ‘막장 드라마’에 관한 것이었다.

△“상 퍼줄려니 정신 없죠?”=‘도움상회’는 지난 11일 479회 방송분에서 연말 연기대상 공동 수상에 대해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연말 연예·연기 대상 시상식은 무의미한 공동 수상 남발과 각종 상을 신설해 시상식의 권위를 떨어뜨리면서 대중의 비난을 샀다.

‘도움상회’는 대중의 집중 질타를 받은 공동 수상의 남발을 패러디해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김준호는 ‘2008년 연기대상’ 수상자로 김영민을 단독 발표하는가 싶더니 송준근, 김지호를 연속 선정했다. 이어 니콜라스 케이지, 김창식 등 얼토당토않은 명단을 줄줄이 발표했다. 김대범과 박성호는 “상을 막 퍼줄려니 정신없으셨죠? 모든 사람들이 상을 받는 그날까지 1+1 수상 서비스를 마련했다”며 공동 수상에 대해 비난을 가했다.

감동 없는 수상 소감과 판에 박힌 고정 게스트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꼬았다. 박성호는 “수상 소감으로 매번 밥상 차리느라 바쁘시죠? 게다가 앙드레김 선생님 초청하느라 정말 힘들죠?”라고 하자 김대범은 “한 사람도 서운하지 않게 KBS ‘전국노래자랑’에 등장하는 4번 아주머니와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시체 3번으로 활약하는 배우까지 골고루 상을 나눠주겠다”고 거들었다.

자리를 채우기 위해 만든 구태의연한 상에 대해서도 풍자했다. ‘도움상회’는 한석규 닮은상, 베스트 복부 비만상, 부담 눈빛상 등 웃지 못할 상을 지정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성호는 중견 배우 이순재의 보험 CF를 패러디해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싶으면 지금 바로 연예계로 데뷔하십쇼”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우연만 남발한 뿐이고∼”=개콘의 방송사 비판은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18일 480회 방송분에서는 극적 개연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자극적 소재로 시청자의 구미를 당기는 ‘막장 드라마’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연인으로 설정된 김영민과 송준근의 꽁트는 ‘막장 드라마’의 현주소를 꼬집었다. 둘이 순조롭게 결혼을 하는가 싶더니 여자가 불치병에 걸려 괴로워한다. 그러자 고쳐줄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남자. 그는 재벌 2세다. 갑자기 등장한 아버지는 둘의 사이가 이복 남매임을 밝히고 떠나 혼란을 가중시킨다. 우연이 남발해 어떤 결말을 내릴지 답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고민도 잠시. “이 모든 게 꿈”이라는 안일한 결론을 내리며 ‘발로 연기하면 된다’고 상황을 무마시킨다. 그저 웃고 넘기는 꽁트로만 보기엔 씁쓸할 만큼 국내 드라마의 현실을 정확히 꼬집었다.

이는 막장 드라마 붐을 일으킨 KBS 일일극 ‘너는 내 운명’과 남자들의 퇴근 시간을 앞당긴 SBS ‘아내의 유혹’ 등에서 주로 등장한 내용과 흡사하다. 이처럼 막장 드라마에는 ‘불치병’ ‘불륜’ ‘납치’ ‘재벌 2세’ ‘복잡한 가족관계’ 등이 단골 소재로 쓰인다.

‘도움상회’는 “삼각관계와 자극적인 불륜 장면으로 고품격 뻔한 드라마를 지향한다”고 비꼬으며 “결혼한다고 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교통사고가 난다”고 지적한다. 이어 “4800만 국민 모두가 이복 남매가 될 수 있는 그날까지 노력하겠다”며 “드라마 감독에는 히딩크를 쪽대본에 시달리지 않는 김일빠 작가를 제작진으로 섭외하겠다”고 큰소리친다.

마지막으로 ‘애들이 동쪽에서 암내의 유혹으로 만난 너그들은 내 운명’이라는 패러디 제목으로 쐐기를 박았다. 이는 어긋난 남녀 관계로 도마에 오른 MBC 월화극 ‘에덴의 동쪽’과 우연이 남발하는 복수극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 그리고 백혈병 남발과 복잡한 집안 문제로 막장 대표 드라마에 이름을 올린 KBS 일일극 ‘너는 내 운명’을 풍자하는 제목이어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지난 11일과 18일 방송된 ‘도움상회’ 시리즈를 본 시청자들은 “연말 공동 수상 남발과 막장 드라마에 대해 신랄한 비판에
속이 후련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그콘서트’ 김석현 PD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실의 문제점을 파악해 풍자하려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취지다. 진부한 소재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은 요즘 드라마 형태를 개그로 표현해봤다”며 “아쉬운 점은 좀 더 유연하게 풀어내고 싶었는데 다소 딱딱하게 비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