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는 여성의 기본 인권”

낙태 합법 요구하는 여성들, “낙태죄는 여성 인권 탄압 및 의료행위 방해 처사”

기사승인 2018-05-24 0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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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지하철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는 10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4시간에 걸쳐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구호를 외쳤다. ‘임신중단을 합법화하라.’ 임신중단은 무엇이며 이들은 누구일까?


201610월 이후로 블랙선데이코리아라는 이름의 낙태 합법화 요구 집회가 거듭 열려 왔다. 집회는 블랙웨이브(Black wave)이 주도하고 있다. 팀이라고 소개하지만 특정 단체의 성격은 아니다. 자발적·임시적 모임에 가깝다. 집회 참가자들도 동원된 인력들이 아닌, 뜻을 함께하는 개인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이들이 말하는 임신중단이란 낙태를 의미한다.

이날 집회는 24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될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와 270조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에 앞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마련됐다. 이들은 주장한다. “여성의 인권을 탄압하고 의료행위를 방해하는 낙태죄의 폐지하라.

앞서 201610월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는 불법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한 의사에 대한 제재를 12개월로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여성계와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복지부는 제재를 12개월로 강화하겠다는 부분을 폐기, 기존의 제재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같은 해 125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발표한 회원 투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1.72%(1651)가 불법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중지에 찬성했다.

문제는 이 지점부터 시작된다.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언제든 새로운 개정안이 발표돼 여성인권이 퇴보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9월 낙태죄 폐지를 위한 국민 청원에 청와대가 입을 열었다.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다시 가리겠다는 것이었다. 2012년 헌재 재판관 8명 중 4명이 위헌 의견을 냈었다. 현재 헌재는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변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들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여긴다.

블랙웨이브팀은 태아의 생명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여성의 생명권을 억압하면 출생률이 오를 것이란 정부의 정책에 여성들은 분노했다. 앞으로도 여성들은 집회와 서명운동 등을 통해 법률 개정 활동을 벌일 것이다고 목소릴 높였다.


오랜 논쟁

사실 낙태에 대한 사회적 통념의 문제점은 계속 제기돼왔다. 일단 강간 등 성폭력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임신할 시 현행법에선 낙태가 어렵다는 문제는 오랜 논쟁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강간 임신의 경우, 낙태가 법적으로 보장 될 것이란 인식이 존재한다. 그러나 강간죄가 1심에서 확정될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피해 사건 발생 직후 신고를 하지 못한 여성들이나, 재판 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는 여성들은 낙태죄 예외 항목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낙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살펴보면 낙태를 원하는 자를 미혼모로 정해놓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라고 식의 주장이 많다. 정작 낙태는 기혼자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9세 이상의 성인여성 9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중 낙태 경험이 있다고 답한 95명 중, 기혼자는 94명에 달했다.

현행 교육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성교육 수업들은 추상적이고 현실과 다소 거리감 있는 학습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자료 선택 또한 편파적인 경우가 상당하다. 실제로 다수 학교에서 수업 자료로 사용되는 소리 없는 비명이라는 성교육 동영상은 의학계에서 기술적 사기라고 비판받는다. 낙태를 위해 수술기구가 삽입되는 순간부터 영상이 고속으로 재생돼 태아가 자의적으로 기구로부터 피하는 것처럼 보이게 유도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정작 학생들에게 피임교육이나 계획적인 임신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낙태는 여성의 기본 인권”

낙태와 여성인권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여성이 가져야 할 기본 권리로 바라본다. OECD 회원국 30개국 중 23개국이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블랙웨이브팀은 말한다.

작년 말에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정을 단축한다는 정책이 발표되는 것을 목도했고, 이제는 불법 낙태할 곳마저도 없애 버리겠다는 의지를 보았다. 숨통을 죄어 오는 인권탄압에 맞서, 우리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권, 여성의 인권을 되찾으려 한다. 원치 않는 출산을 한 자들의 기본 생존권이 보장 받는지 불분명한데도 양육을 강요하면 과연 그렇게 생겨난 가정은 행복할 것인가.”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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